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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정권의 향방/蘇秉國 한국외국어대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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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정권의 향방/蘇秉國 한국외국어대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8.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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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선 연임을 통해 32년간 인도네시아의 최고권좌를 지키던 수하르토의 갑작스런 사임은 향후 이 나라의 정치전망에 무성한 추측을 낳고 있다. TV화면을 통한 사임발표와 대통령직 승계절차에 걸린 5분 남짓한 시간은 수하르토 권위주의 정권의 수명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수하르토이후 정치발전 전망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군부를 제외하고 향후 인도네시아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만한 뚜렷한 정치세력의 부재에 기인한다. 일단 바치루딘 하비비가 대통령직을 승계했지만 많은 사람은 그가 2003년까지 수하르토의 잔여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기술관료 출신으로 지난 20여년간 수하르토의 총애를 받으며 권력의 중심을 맴돌다 3월 국민협의회(MPR)에서 부통령에 선출되었다. 독일에서 공학을 전공한 대단히 명석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그간 일반인들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항공기개발사업을 추진해 인기를 얻지 못했고, 무기수입사업과 관련한 여러차례 마찰로 인도네시아 권력의 마지막 보루인 군부집단과 소원한 관계다. 현재 인도네시아 피플 파워의 중심인 학생들이 수하르토와 함께 하비비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경력 때문이다.

포스트 수하르토 정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세력은 역시 군부이다. 1945년부터 49년까지 대(對) 네덜란드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군(TNI)은 이후 정치무대에 뛰어들어 65년 9·30 사태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공산주의 세력(PKI)을 진압하면서 정치전면에 부상했다. 이후 헌법에 명시된 군부의 이중기능(드위 풍시;국방과 치안을 함께 담당하는 역할)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정치권력의 중심에 서왔다. 군부의 이러한 역할은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1만 3,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群島)국가이다. 또 인종과 언어 및 종교의 다양성으로 인해 독립이후 현재까지 국시인 「다양성 속의 통일」이 암시하듯 국민 또는 국가통합을 그 어떤 사회적 가치보다 우선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은 국가통합을 위한 유일한 세력이었다.

현재 군부의 실세로는 두 인물이 거론된다. 그중 한 사람은 국방장관겸 군총사령관인 위란토장군이다. 수하르토의 부관출신인 그는 자카르타 폭동의 와중에서 최근까지도 수하르토를 지지하며 시위대와 대화를 제한했지만 한편으로 개혁의 수용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그가 온건 개혁성향의 인물임을 반영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도 신망이 두터운 그는 향후 인도네시아 정국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또 한 인물은 육군 전략예비군 사령관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장군이다. 그는 수하르토의 둘째 사위로 장인의 후광을 업고 나이에 비해 일찍 출세한 인물이다. 장인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며 91년 동티모르사태를 비롯해 최근까지 인도네시아의 소요사태를 강경진압했다.

하비비 신임대통령과 군부 이외에 포스트 수하르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세력은 바로 피플파워를 이끈 재야세력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두드러진 재야인물은 아미엔 라이스. 2,800만 회원의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의 지도자인 그는 이전부터 줄곧 반체제인사로 분류되어 왔으며 최근의 사태를 계기로 학생들과 일반시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고위층 인사들과도 교분이 두터운 그는 강력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향후 인도네시아의 민주화운동에 중심인물로 꼽히고 있다.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이자 전 인도네시아 민주당(PDI) 총재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가 아미엔 라이스와 함께 재야세력을 대표하고는 있으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역학구도속에서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상되기는 하나 위란토의 온건한 성향과 국제통화기금(IMF)사태등을 고려할 때 군부가 당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야세력의 경우도 현재로서는 수권능력이 없기 때문에 정치의 민주화를 위한 대정부 압력세력으로 머물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인도네시아정국은 하비비 신임대통령과 군부가 연정을 통해 재야 및 국민들의 개혁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해 가며 정치안정을 꾀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이 얼마나 원만히 진행되느냐에 따라 안정 또는 또다른 혼란으로 인도네시아의 미래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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