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에 큰 도움 /정동영·천용택 의원과 대선 전 5∼10차례 접촉/안기부엔 허위보고도북풍(北風)사건 최대 의문의 인물로 꼽히는 「흑금성」 박채서(朴采緖·44)씨는 안기부 대북 공작원이면서 15대 대선때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후보측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보, 큰 도움을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2일 북풍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씨가 안기부 정식직원은 아니지만 중국 베이징(北京) 등을 주무대로 북한의 대남 공작조직에 직접 침투,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박씨는 그동안 상당부분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허위 첩보를 안기부에 보고하기도 했지만 총 174쪽 분량의 「이대성(李大成) 파일」 극비내용중에는 그가 제공한 첩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청주 C고를 거쳐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한 예비역소령인 박씨는 지난해 8월초 모방송사 간부의 소개로 당시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천용택(千容宅) 의원과 만나 대선때까지 5∼10차례 접촉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그는 정의원 등에게 「북한의 오익제(吳益濟) 편지 발송추진설」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 의원의 대북 접촉설」등을 제공하면서 『북한에 김대중후보의 실상을 알려 낙선공작을 못하도록 하겠다』며 정의원으로부터 문화방송 TV토론 녹화테이프를 넘겨 받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연락책 리철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에서 『북한의 김후보 낙선공작을 제보하기 위해 정의원 등과 접촉했으나 지난해 10월 하순께 안기부에 이 사실이 탄로난 뒤 국민회의와의 접촉을 계속하기 위한 명분으로 국민회의가 북한과 연계가 있는 것처럼 안기부에 허위 제보했다』고 진술했다.
국민회의는 박씨의 이러한 접근에 대해 『북한의 김후보 낙선공작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며 결국 우리측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안기부와 국민회의를 오간 박씨의 이중플레이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고민중이다. 북한측 인사와 직접 접촉하고 녹화 테이프까지 넘겨준 행위는 안기부 공작원으로서의 활동으로 볼 수 있고 국민회의에 대한 정보 유출행위는 안기부 정식 직원이 아니어서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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