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집권해도 가택연금 못면할듯수하르토 전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1일 메르데카 대통령궁에서 정권이양을 발표한 뒤 장녀인 시티 하르디얀티의 부축을 받으며 벤츠승용차에 올랐다. 승용차는 대통령궁에서 2㎞정도 떨어진 대통령 사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어디서 누구와 함께 야인으로 첫날 밤을 보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수하르토와 그의 6자녀가 아직 인도네시아내에 머물고 있다는 정도다.
야인으로 돌아간 수하르토의 운명은 이제 권력의 향배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수하르토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하비비 신임대통령이 그의 「정치적 양자」라는 점을 들어 수하르토의 급격한 추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통령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권력구조는 그대로 남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수하르토가 하비비와 위란토 국방장관겸 군총사령관을 앞세워 배후 실력자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하르토가 집권 골카르당의 당수직을 당분간 유지하고 하비비 대통령이 21일 밤 첫 대국민담화에서 수하르토의 치적을 감싸고 돈 것은 이를 엿보게 한다.
그러나 하비비 정권이 일반의 예상대로 단명으로 끝나면 수하르토의 운명은 달라진다. 군부를 비롯해 재야·시민단체,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하비비대통령이 권력의 세 축인 집권세력과 군부, 재야·시민단체를 통제하는 데 실패, 조기 퇴진하면 수하르토는 국외망명이냐 가택연금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위란토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정국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해 하비비 권력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럴 경우, 수하르토는 전임대통령인 수카르노와 같은 길을 걸을 전망이다. 공산쿠데타 실패후 군을 대표해 권력을 장악한 수하르토는 66년 물러난 수카르노 전대통령을 가택연금한 바 있다.
하지만 수하르토에 대한 재야·시민단체의 사법처리 요구가 거세 군부가 어느정도 보호막이 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회교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는 수하르토의 사법처리를 요구하고 있고 학생들도 수하르토처벌과 재산몰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재야세력이 하비비 정권을 몰아내고 집권한다면 수하르토의 망명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역할과 입장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하르토의 집권을 도운 미국은 그의 망명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미 대비를 해 놓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자카르타=장인철 기자>자카르타=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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