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폐막하는 칸영화제/‘내이름은 조’‘구멍’등 거론/한국 ‘8월의…’는 신인감독 후보/“미 자본압도” 비판도 제기24일 폐막을 앞둔 칸국제영화제 관심은 황금종려상의 향배에 쏠려 있다. 올해는 「바로 이 작품」이라는 예측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 지난해 동양영화가 주요 부문상을 휩쓸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서양영화 특히 유럽영화가 황금종려상을 탈 것이란 기대를 하는 정도이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영국 켄 로치감독의 「내 이름은 조(My Name Is Joe)」와 대만 차이밍량감독의 「구멍(The Hole)」 등이 꼽히고 있다. 「랜드 앤 프리덤」으로 국내에 알려진 켄 로치감독은 「내…」에서 특유의 사회주의적 영화관을 보여준다. 알콜중독을 치료해 가는 남자와 그를 보살피는 여인의 사랑을 그리면서 실업, 빈곤, 마약 등 사회 밑바닥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구멍」은 한 건물에 사는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세기말의 징후를 보여주는 작품. 차이밍량 작품답게 지루하지만 깔끔한 영상 속에 문제의식을 차분하게 담고 있다. 이 밖에 이탈리아 내니 모레티의 「4월(April)」, 미국 테리 길리엄의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분노(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영화로는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허진호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가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여배우 심은하에 대한 유럽 언론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버라이어티지는 이 영화에 대해 『동양적인 죽음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순수하고 맑은 영화』라고 평가했다. 시사회 전후에 마련된 허감독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심은하에게 관심을 보였다. 한 기자는 『「라붐」에서의 소피 마르소를 연상시킬 정도로 청순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대중적 인기를 얻은 신인감독 작품에 주어지는 프랑스 체육청소년부상 후보에 올랐으며, 허감독은 「아름다운 시절」의 이광모감독과 함께 프랑스의 영화전문TV 카날 플러스가 선정한 12인의 신인감독에도 선정됐다.
미국 영화계의 자본논리가 칸국제영화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시비는 올해도 계속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완전 미국판』이라는 비판 속에 『영화제의 권위 보존과 발전을 위해 집행위원회측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개막상영작 「프라이머리 컬러스」와 폐막상영작 「고질라」가 모두 미국의 상업영화인데다가 심사위원장도 『상업영화의 예술성도 평가해야 한다』는 미국의 마틴 스콜세지감독. 게다가 시고니 위버, 위노나 라이더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더구나 「아마게돈」「호스 위스퍼러」 등 할리우드의 대작들이 칸 거리의 영화게시판을 모두 장악, 할리우드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영화제를 찾은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돈줄이 끊어진 초라한 잔치도 문제이지만, 돈의 힘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영화제도 씁쓸하다』고 말했다.<칸=권오현 기자>칸=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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