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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中企/최원룡 경제부 기자·대구(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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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中企/최원룡 경제부 기자·대구(기자의 눈)

입력
1998.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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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유영석(柳英錫) 대구염색산업단지 상임감사는 공단내 T사를 방문, 은행횡포에 시달리고 있는 김모 사장을 붙잡고 한시간이 넘도록 설득작업을 벌였다. 『대구경북 중소기업청에서 중소기업 애로타개 현장민원실이 열리니 박상규(朴尙奎) 중기특별위원장에게 직접 말해서 문제를 풀어버립시다』 하지만 김사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령 이번 문제는 해결된다고 칩시다. 은행의 눈밖에 나면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하라고 이러십니까』T사는 공장을 담보로 잡히고 은행에서 7억원을 빌려 썼다. 은행측은 대출을 해주는 대가로 4억원짜리 적금에 가입할 것을 요구, T사는 매달 대출금 이자와는 별도로 1,000만원을 3년동안 꼬박꼬박 적금통장에 불입했다.

지난 4월 불입이 끝나자 김사장은 적금을 찾으려고 은행을 찾아갔다. 그러나 은행측은 부동산 담보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적금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며 돈을 내주지 않았다.

적금을 타서 급한 불을 끄려고 했던 김사장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T사로부터 염색공단 하수처리장의 사용료를 못받게 된 관리공단은 은행을 찾아가 공단이 대출상환 보증을 서줄테니 적금을 내달라고 사정했지만 역시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대출금리는 18%지만 적금의 금리는 9%에 불과, 이차(利差)마진을 챙기려는 은행측의 속셈이 훤히 보였다.

중소기업청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중기애로타개 현장민원실에 506건의 민원을 접수, 현장에서만 390건을 해결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정작 은행과 대기업으로부터 말못할 횡포를 당하는 중소기업인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말을 했다가는 당장 보복이 닥쳐올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민원실은 일과성 행사만으로는 중소기업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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