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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32년 독재­수하르토 하야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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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32년 독재­수하르토 하야 순간

입력
1998.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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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유를 쟁취했다” 감격/학생들 깃발 휘두르며 國歌 합창/국회 무장군인도 “안도감 느낀다”/위축된 수하르토 “국민용서 빈다”『우리가 이겼다』 21일 국영 알아이 TV를 통해 수하르토 대통령의 중대발표를 지켜보던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국민들은 수하르토 대통령이 하비비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이양하고 사임한다고 발표하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일부 학생들은 수하르토퇴진 투쟁과정에서 희생된 동료들의 이름을 외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권력의 공백현상에 따라 앞으로 닥쳐올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채 4일째 수하르토 하야촉구 농성을 벌이고 있던 3만여명의 대학생들은 21일 TV특별 생중계를 통한 수하르토의 하야 발표 순간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생중계를 보기위해 TV수상기 주위에 몰렸던 1,000여 학생들은 수하르토가 대통령직을 물러난다고 발표하자 기쁨의 탄성과 함께 『드디어 자유를 쟁취했다』는 말을 연발했다. 일부에서는 『수하르토를 처형하자』 『그의 재산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자』는 구호를 외쳤다.

메가폰을 든 한 대학생은 『우리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수하르토와 하비비 모두를 권좌에서 끌어내려 심판대에 세우고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학생들은 하비비 신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은 토속리듬에 맞춰 단체로 춤을 추며 대학깃발을 휘둘렀으며 시위가와 국가를 합창하는 등 승리의 열기에 도취됐다.

○…국회주변을 경계하던 무장군인들도 수하르토 사임의 기쁨을 학생들과 나눴다. 전날 일부가 학생들의 시위에 참여, 구호를 합창하기도 했던 경비군인들은 이날 수하르토의 사임으로 유혈참극의 우려가 씻긴데 대해 특히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병사는 『군인으로서 어떠한 정부결정도 순응해야겠지만 수하르토 하야 발표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수하르토의 사임 후에도 국회 경비병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치안확보에 주력했다.

○…자카르타 대부분 시민들은 21일 환호와 함께 일부에서는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주목하는 등 하비비 정부의 장래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자카르타포스트의 한 기자는 『문제는 하비비가 국회나 학생, 재야들로부터 지지를 거의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하비비 정부의 출범으로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며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회교 재야지도자인 아미엔 라이스는 신임 하비비 대통령에 대해서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하비비 대통령은 새 내각을 부패와 족벌주의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인물로 구성해야할 것』이라며 『이같은 국민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새 정부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모자인 검은색 둥근 모자(페시)를 쓴 수하르토는 이날 오전9시 국영 알아이 TV를 통해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하면서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수하르토는 느린 말씨로 더듬거리면서 『내게 어떤 실수나 결점이 있다면 국민들이 용서해주길 바란다』며 시종 위축된 모습을 보여 20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외국인 집단 투숙에 따라 빈방이 없을 정도였던 물리아 등 시내 주요호텔에는 수하르토의 사임발표 후부터 화교 등 가족단위의 투숙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투숙객들의 접근이 불허됐던 호텔로비에는 이날 경고안내판이 사라졌으며, 투숙객들은 로비와 호텔인근 거리까지 나가는 등 활기를 찾았다.<자카르타=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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