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사태가 21일 수하르토대통령의 전격사임으로 극적인 반전을 맞고 있다. 수하르토의 마지막 선택은 현명했다. 만약 그가 정권유지를 위해 끝까지 버텼다면 엄청난 유혈극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톈안먼(天安門)사태와 같은 참극을 우려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세계의 압력이 수하르토로 하여금 무릎을 꿇게 했다.우리가 이번 인도네시아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마련이고, 부패한 권력은 반드시 망한다는 사실이다. 65년 반공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뒤 32년간 철권을 휘둘렀던 수하르토도 결국 국민의 힘에 의해 축출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인도네시아사태는 비슷한 처지의 인접국들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작용할 것이다. 당장 62년 네윈장군의 쿠데타이후 군부의 철권통치가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가 인도네시아사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의 따가운 시선을 아랑곳 하지않고 강압통치를 계속하고 있는 미얀마 역시 수하르토의 말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심각한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절대권력은 절대로 망한다는 점이다.
수하르토는 21일 오전 그의 충복(忠僕) 하비비부통령에게 권력을 인계하고 물러났다. 수하르토도 한때는 빈곤을 추방한 「개발의 아버지」로 추앙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장기집권과 부패가 끝내 자신의 묘혈을 파게 했다. 6명의 자녀를 비롯한 친척들이 자동차 석유화학 은행등 국부(國富)를 농단했고 이 과정에서 부정 부패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가 권력으로부터 퇴출되게 된 직접적 동기는 지난해 밀어닥친 루피아화(貨)의 폭락이다.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와중에서 지난 3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7선 대통령이 된 것이 붕괴의 도화선이 됐다. 또 하야요구 시위를 강경진압, 다수의 희생자를 냈고 급기야 민심은 그를 떠났다.
수하르토퇴진으로 인도네시아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 민주적으로 새정권을 출범시키고 경제회복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아시아지역은 극도의 경제적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인구 2억이 넘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인도네시아가 흔들리면 대륙 전체에 주름살이 간다. 특히 우리는 인도네시아와 상당한 교류를 하고 있다. 교민수만 해도 어림잡아 1만5,000명이나 된다. 피플즈 파워로 32년 독재를 추방한 인도네시아는 환호하고 있다. 모처럼 맞은 민주화의 전기를 민주발전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 역사의 출발점으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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