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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처리,국민이 봉인가(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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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처리,국민이 봉인가(社說)

입력
1998.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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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금융의 처리비용이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정부는 부실채권 정리와 부실금융기관 퇴출등 본격화할 금융산업구조조정에 소요될 재원 50조원을 공채발행을 통해 조달키로 결론지었다. 말이 공채지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 국채나 다름없고, 이를 어떻게 소화하든 세금이나 인플레형태의 국민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IMF사태로 소득이 줄고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있는데 은행과 기업이 경영을 잘못해 쌓인 부실채권 정리의 뒷 설거지를 왜 애꿎은 국민이 떠맡아야 하는가. 정부는 그 이유와 명분을 설득력있게 국민에게 제시하고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부실채권이 왜 생겼는가. 대기업의 방만한 확장경영과 정경유착의 산물이 아닌가. 서민과 힘없는 중소기업에 높은 은행문턱 넘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

원칙대로 한다면 장사를 잘못해 희망이 없어진 기업은 망해야 하고 돈을 잘못 빌려줘 부실채권을 감당못하게 된 은행도 쓰러져야 마땅하다. 쓰러지지 않으려면 자본금을 늘리거나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 등 피나는 자구(自救)노력을 통해 스스로 버텨내야지 엉뚱한 곳에 주름살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은행은 회수불능이거나 떼일 우려가 큰 금융권의 불건전여신이 당장 120조원에 가까운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수억원씩의 명예퇴직금을 나눠 갖는 등 저지른 잘못에 대한 최소한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고있다. 기업을 망치고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킨 기업주 역시 여전히 떵떵거리고 잘사는 모습만 국민의 눈에 비친다.

물론 금융의 구조개혁은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늦추면 늦출수록 부실은 더 쌓이고 지연비용만 커진다. 경제의 혈맥과 같은 금융기능이 살아나지 않고는 실물경제도 살아날 수 없고 나아가서 경제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글로벌시대의 완전 개방경쟁체제에서 국내 금융산업이 생존해 나가려면 금융서비스와 경쟁력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의 빅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가 바로 누적된 부실채권 정리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금융기관이 스스로 이를 정리할 능력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국민부담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앞서 부실을 일으킨 장본인에 대한 비용분담 실천부터 먼저 보여주는 게 순서다. 부실은행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커녕 「도덕적 해이」를 벗어나지 못한채 흥청망청하고 있고, 국민에게 고통을 떠넘긴 부실기업주가 떵떵거리고 잘사는 모습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부실을 초래한 기업주, 은행, 정부부터 먼저 고통분담을 실증해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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