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適材適所의 외교/노진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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適材適所의 외교/노진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8.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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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11월 초 공노명(孔魯明) 외무장관이 돌연 일신상 이유로 낸 사표가 수리되고 후임에 유종하(柳宗夏)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 기용됐다. 두 사람은 외무부에서 내로라하는 일본과 미국전문가다. 공 장관이 아주국장과 정무차관보, 주일대사를 거쳐 외교수장에 오른 일본통이라면 유 장관은 주미참사관 미주국장 유엔대사등을 거쳐 장관이 된 전형적인 미국통이다.일본은 후임 유 장관이 일면식 없는 미지의 인물이라서인지 공 장관의 경질을 못내 섭섭해했다. 심지어 한 일본신문은 유 장관이 일본어를 전혀 모른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외무장관이 꼭 일본어를 해야 한일외교가 잘되고 유능한 장관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본은 자신들과 친숙한 공 장관의 퇴임을 그런식으로 아쉬워했다. 지금까지 외무장관은 이처럼 주로 미국이나 일본에서 오래 근무한 직업외교관 가운데서 선택되는 것이 관례였다.

일본언론으로부터 「일어못하는 장관」이란 말을 들었던 유 장관은 일본통인 이기주(李祺周) 차관(현 독일대사)의 보좌로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장관이 미국 일본양쪽에 걸쳐 전문가일수는 없다. 대개의 경우 장관이 어느 한쪽 전문가일때 차관 차관보등 차상급자는 다른쪽 전문가로 채우는게 관례다. 두 지역의 사활적 이해를 지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럼 현재의 외통부사정은 어떤까. 박정수(朴定洙) 초대장관은 잘 알다시피 국회내 알아주는 외교통이다. 그러나 외교일선 경험은 없다. 굳이 미국쪽 일본쪽을 따지자면 유학생활을 한 미국쪽일 것이다. 따라서 직업관료들의 빈틈없는 보좌가 필수적이다.

외통부의 통상교섭본부장, 외교안보연구원장, 차관, 차관보, 기획관리실장, 외정실장, 의전장등 7개 핵심보직을 흔히 G­7이라고 부른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이들 가운데 일본통으로 내세울만한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미국통도 변변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차관이 주미경제공사를 지냈지만 미국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유능한 경제외교전문가로 분류된다. 주미참사관과 미주국장을 지낸 외정실장이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물론 주무국장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최고보좌진에 이들지역 전문가가 눈에 잘 안띄는 현재와 같은 여건하에서 대미, 대일외교가 보다 효율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닐까 싶다. 위안부 위로금소동이나, 장관의 일왕(日王)호칭파문같은 평지풍파는 충분히 예견된다. 또 어떤 해프닝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외통부가 정치인장관을 맞아 과거와 다른 분위기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그 새바람이 기존의 가치나 체계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세계가 지켜보는 공관장회의에서 「포커나 골프」훈계를 받은 대사들이 주재국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까는 물어보나 마나다.

또 본부요직에 기용됐다고 주재국인사들의 축하속에 떠나온 사람을 몇달안돼 인근지역으로 내보내는 것은 인사의 난맥상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대통령까지 불익이 없도록 당부하지 않았던가. 덴마크대사가 왜 불익이냐고 한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심하게 말하면 그 인사는 해당지역 외교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럽이 사실상 단일국가라는 사실을 모를리 없을 터인데.

조직의 생명력은 바로 인사의 공평성에 있다. 인사가 만사라 하지 않는가. 특정학맥의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면 그 조직은 배타적이기 싶다. 사회는 우수한 사람, 또 그보다 덜 우수한 사람등이 고루 섞여야만 역동성이 생긴다. 외통부의 라인업에 과연 문제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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