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등속 생산·소비는 곤두박질/하반기엔 더 나빠져 디플레 본격화실물경제가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몰고 온 심각한 경기침체는 생산활동과 소비심리를 완전 마비시키면서 경제잠재력 자체를 잠식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방치될 경우 심각한 공황상태,즉 「죽은 경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상황은
경제활동이 마비됐던 80년에 비유된다. 1·4분기 실질성장률은 마이너스 3.8%로 80년 4·4분기(마이너스 7.8%)이후 최악이다.
그러나 체감경기는 그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살인적 고금리로 인한 기업들의 연쇄도산, 개인들의 무더기파산, 부도·감원에 따른 실업자의 양산은 우리경제로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다. 96년까지만해도 성장을 웃돌던 민간소비는 이제 사상 처음 두자리수(10.3%)로 감소, 일반 가계생활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가늠케 한다.
반면 환율상승의 여파로 물가는 1년전 대비 15%이상 치솟은 상태. 전형적으로 생산은 줄고 소비는 가라앉는데 물가는 뛰는 성장정체속의 인플레(스태그플레이션) 징후이다.
■경기 어떻게 될까
IMF와 합의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선. 그러나 지금 상황같아선 마이너스 3%이하로의 추락도 가능해보인다. 당초 금년 성장률을 마이너스 1.5%로 상정했던 한국은행은 『1·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빠져 연간 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고금리해소가 당분간 어려운데다 금융·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고부도 고실업사태의 악화는 불가피해 하반기 경제는 1·4분기보다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문제는 디플레이션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팔수 있는 자산을 모두 팔려고 내놓겠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결국 자산가치는 더 떨어져 기업·개인의 파산사태는 더욱 악화하게 된다. 생산·소비·투자의 마이너스 행진속에 부(富)가 증발하는 디플레상황이 하반기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박사는 『우리처럼 고도성장에 익숙한 나라에서 디플레의 고통은 인플레보다도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는 거품에 의해서라도 성장을 유지해주지만 디플레는 성장잠재력 자체를 마모시키는, 죽은 경제이기 때문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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