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대통령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경제는 여전히 칠흑같은 어둠속에 잠겨있다.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가장 화급한 문제는 모라토리엄을 피해야 한다는 것. 인도네시아의 외채는 1,316억달러에 이르지만 외화보유고는 불과 146억달러에 불과하다. 신규차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기대하는 것은 430억달러를 지원해주기로 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하루빨리 재개되는 것과 현재 진행중인 민간외채 협상에서 외채의 상당부분을 탕감받는 것뿐이다.IMF는 수하르토의 사임을 앞두고 20일 구제금융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IMF는 당초 6월4일 10억달러를 지원해줄 계획이었으나 인도네시아의 정정불안으로 실무팀이 철수해버린 상태다. 더구나 IMF가 인도네시아 정부에 요구했던 개혁프로그램은 현재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다.
수하르토 일가의 독점기업 해산과 친인척이 소유한 부실 금융기관의 폐쇄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고, 소요사태의 촉발요인이 됐던 정부의 보조금 철폐와 연료값 인상은 취소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IMF가 자금지원을 쉽게 재개할 지는 의문이다.
민간외채 협상도 지지부진해 지난주 도쿄(東京)에서 열린 외채협상은 아무런 합의없이 끝났고, 다음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추가 외채협상은 6월로 연기된 상태다.
실물경제는 더 엉망이다. 세계적인 투자분석회사인 모건 개런티 트러스트 컴퍼니는 인도네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10%로 예측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외자유치를 위해 금리를 연 60%까지 올리는 바람에 인도네시아 기업의 70%이상이 이미 파산상태에 빠졌다. 그나마 건실한 편이었던 외국기업들도 폭동사태의 와중에 상당수가 철수했다. 이들이 돌아오지않는 한 해외에서의 신규투자 유치는 절망적이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80%를 지탱하는 중국계 화교의 공백 역시 크다. 화교인구는 2억200만명의 인도네시아인가운데 600만명에 불과하지만 300대 기업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고 작년의 소득세 납부순위 1∼10위가운데 7명이 화교였다. 유혈폭동 사태로 인도네시아를 탈출한 화교는 5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없는 실물경제는 헛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박정태 기자>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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