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치면 세계인구의 3분의 1을 훨씬 넘는다. 그런데 이 두나라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들의 변화의 핵심은 역시 개방이다. 중국은 70년대 말부터, 인도는 90년대 초부터 오랫동안의 규제와 폐쇄, 그리고 사회주의적인 경제운용에서 탈피하여 개방과 규제완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후 성장잠재력을 억눌러왔던 사회주의체제의 폐쇄성과 규제들을 하나씩 제거함에 따라 중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해 지난 20여년간 세계 최고의 성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우리가 이 나라들보다 지금 훨씬 높은 국민소득을 누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보다 앞서 경제를 개방하고 제도를 개혁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들보다 먼저 세계시장에 눈을 뜨고 세계시장과의 경쟁을 도입하였다는 데 있다.그러나 필자는 약 2주간 이 두나라의 경제를 돌아보면서 이들과 우리 사이의 거리가, 특히 중국과의 거리는 이미 지척으로 좁혀지고 있으며 머지않아 우리는 중국경제에 오히려 압도당하게 될 것이라는 당혹감을 가지고 돌아오게 되었다. 제조업의 발전은 말할 것도 없으며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금융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중국은 우리가 최근에 와서야 겨우 해낸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와 중앙은행을 통한 각종 정책금융지원을 차단하여 인플레를 수습하는등 제도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그리고 국영기업들의 부실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국영기업 개혁과 금융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미 상하이(上海)의 금융중심지인 푸둥(浦東)지역은 우리의 여의도나 강남보다 훨씬 높은 고층빌딩들이 즐비하게 솟아오르고 있다. 인도는 아직도 많은 정치·사회적 난제를 안고 있고 개방이 부족하며 금융의 하부구조가 취약한 면이 있으나 이 역시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자를 긴장되게 하고 또 부럽게 하였던 것은 중국의 관료들이 열린 마음으로 외부의 정책조언을 받아들이고 개혁에 주저하지 않으며 인도의 관료들과 금융계 인력은 전문성과 식견에 있어 우리보다 오히려 앞서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서 부러웠던 점은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지도자의 역량이었다. 주룽지(朱鎔基)총리는 지난 수년간 경제정책을 책임지면서 그가 약속했던 개혁들을 모두 차질없이 국민에게 실천해 보였다. 지금 그가 총리가 되어 중국경제개혁의 가장 어려운 관문인 국영기업 개혁을 국민에게 약속하고 있고 이를 솔선수범하기 위해 정부부처 고용인원을 40∼50%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실제로 이를 단행하고 있다. 이런 그를 국민은 신뢰하고 있으며 그가 약속한 방향으로 그들 경제행위의 주파수를 맞춰 가고 있다.
인도는 이보다 불안한 정치지도력을 가지고 있으나 인도의 잘 훈련된 고급인력들이 정부부처와 금융산업계에 포진해 있어 만약 이 나라의 제조업이 지금보다 더 개방되어 경쟁력을 갖기 시작한다면 우리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경제운용과 성장패턴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우리가 오늘날 이들보다 앞서 있는 것은 단지 이들보다 20∼30년 앞서 개방을 하고 제도개혁을 시작했다는데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대적인 개혁속도를 가지고는 우리는 중국경제에 머지않아 압도당하게 되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일본은 이미 이 나라들의 추적권에서 벗어나 아시아에서 독자적인 경제영역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개혁측면에서 우리는 이미 10여년을 허비하고 오늘날과 같은 경제위기를 맞았으며 자칫하면 중국경제의 그늘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이라도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제도개혁과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경제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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