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Greenbelt)의 역사는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그린벨트에 관한 법이 등장한 것은 1927년이다. 20세기 들어 수도 런던의 팽창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 법을 제정한 주된 이유였다. 대도시 시가지구의 무절제한 확산방지, 인접하고 있는 도시가 서로 맞닿지 않도록 하는 녹지대 확보, 각도시의 특성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녹지를 보존한다는 것이 법의 골자였다.■녹지를 확보, 보호하려는 영국국민의 이같은 노력은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영국은 높은 산보다는 구릉이 연속되는 지형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소와 양이 한가하게 풀을 뜯는 전원풍경은 바로 영국의 역사이자 문학이다. 이를 배경으로 영국국민의 삶의 역사가 이어져왔고 워드워스등 수많은 시인이 등장해 마음의 고향인 전원을 그리는 주옥같은 시를 내놓은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처럼 영국사람들에게 녹지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다. 그린벨트는 바로 도시와 전원의 삶을 조화시키려는 영국국민의 삶의 지혜다. 국민이 개발제한등 녹지대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말없이 따르는 것도 녹지대가 생활에서 갖는 의미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제로 인한 불편을 녹지대와 삶을 조화시킴으로써 달래고 있다. 녹지대에 레크리에이션 시설과 문화공간이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정부는 19일부터 그린벨트안이라도 원거주자에게 기존주택을 90평까지 증·개축하고 전국 12개 시·군·구에는 체육관을 비롯한 체육시설과 병·의원 슈퍼마켓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71년 그린벨트제도가 도입된 후 실시된 46차례의 규제완화 조치중 가장 획기적인 것으로, 선거철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그린벨트 제도의 참 뜻이 날로 흐려지는데 선거철만 되면 선심행정의 대상이 되니 앞날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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