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조정장관 기난자르도 물망수하르토 대통령이 조기총선과 사임을 약속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권부에 권력 공백이 생겼다. 이에 따라 포스트 수하르토를 겨냥한 대권레이스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차기 대권 주자는 최근의 상황을 볼 때 군부와 국민 모두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 유력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무난하게 과도기를 이끌며 2억 인구의 인도네시아를 짊어질 사람이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다.
헌법상 대통령 유고시 대통령을 대행하는 바차루딘 주수프 하비비(61) 부통령은 항공산업을 무리하게 추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다. 군부도 수하르토의 총애를 받고 그 밑에서 잔뼈가 굵어 온 기술관료인 그를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다.
군부가 직접 권력을 장악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다른 인물을 밀 가능성도 있다. 유력한 후보로는 우선 경제조정장관인 기난자르 카르타사스미타가 꼽힌다. 기획장관을 지낸 바 있는 그는 인도네시아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일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도 능란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재야가 힘을 얻어 권력을 장악할 경우 아미엔 라이스(54)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최근 반정부시위와 함께 반수하르토의 선봉에 떠오른 그는 2,800만 회원을 거느린 회교단체 무하마디야의 지도자로 수하르토 퇴진을 요구, 국민과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편이다. 라이스는 군부로부터도 일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에밀 살렘 전 환경부 장관도 거론되고 있는 인물.
재야세력의 상징적 인물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2) 전 인도네시아민주당(PDI) 총재도 아버지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반정부 시위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군부의 지지가 없어 유력한 대안으로는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다면 가장 유력한 인사는 국방장관 겸 군총사령관인 위란토(50) 장군과 수하르토의 사위이자 전략예비군사령관인 프라보우 수비안토 중장 두 명이다. 위란토 사령관은 수하르토 대통령의 부관 출신이기는 하지만 강직하고 청렴한 이미지로 군과 시민으로부터 비교적 인기가 높고 개혁 성향을 갖춘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직접 권력을 장악하기를 원치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하르토의 차녀 헤리야티의 남편인 프라보우 중장은 고속 승진 가도를 달려왔으며 2월 자카르타 시위 당시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사태를 장악,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뒤 최근 최고 정예부대인 전략예비군사령부 사령관으로 승진했다. 두 사람은 갈등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군부가 대권을 이어받아야 할 상황이 올 경우 두 사람의 권력투쟁이 인도네시아 정국의 변수가 될 것이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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