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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의 ‘용가리’/권오현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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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의 ‘용가리’/권오현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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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에서 「영구」(심형래·沈炯來)가 웃고 있다. 남들을 웃기던 그의 입이 귀 밑까지 벌어진 느낌이다.24일까지 계속되는 제51회 칸국제영화제. 본행사에 걸맞게 대규모 국제영화시장이 섰다. 칸 해변의 칼튼호텔 203호에 자리잡은 제로나인(09)엔터테인먼트의 부스는 연일 영화바이어들로 붐비고 있다. 심형래가 제작·감독하는 SFX(특수효과) 공룡영화 「용가리」의 프리세일(제작전 판매) 현장이다. 10평 남짓한 부스는 판촉용 비디오테이프의 굉음으로 요란하다.

「용가리」는 20일 현재 350만달러(1달러 1,400원 기준 49억원)의 프리세일 실적을 올렸다. 한국영화사상 유례가 없는 액수다. 최종 결과는 1,200만달러(16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는 이중 70억원을 들여 「용가리」를 제작, 겨울방학에 전세계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제작비로도 한국영화사상 최고액이다. 영화진흥공사와 삼성 대우등이 30여편의 영화를 내놓은 부스가 거의 실적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용가리」의 개가는 기획력과 적극적인 홍보가 그 이유이다. 「용가리」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SFX물이며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틈새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10년동안 SFX물에만 매달렸던 그가 만든 「용가리」의 판촉 테이프영상은 깜짝 놀랄 정도로 정교하다. 지금까지 홍보에만 30만달러를 투자한 그는 세계적 메이저들이 부스를 차린 칼튼호텔에 비집고 들어가 기선잡기에 성공했다. 영화제기간에 나오는 잡지에 한국영화사들이 꿈꾸기 힘든 엄청난 물량의 광고를 계속 싣고 있다.

칸으로 떠나면서 그는 『할리우드의 올여름 대작 SFX영화 「고질라」와 한판 벌이겠다』고 말해 웃음을 샀다. 그러나 그것은 개그가 아니었다. 지금은 모두 입을 다물었고, 그만이 크게 웃고 있다. 세계시장을 꿈꾸는 한국영화계는 그의 벌어진 입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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