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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와 타이거 우즈/신재민 워싱턴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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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와 타이거 우즈/신재민 워싱턴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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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 LPGA대회에서 한국의 루키 박세리가 우승한 사건을 놓고 미국 언론들은 한결같이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마스터스대회를 석권했던 것과 비교했다. 프로데뷔 이후 8개월만에 만 20세 8개월의 나이로 우승했던 타이거 우즈와 7개월만에 만 20세 7개월이란 최연소의 나이로 메이저대회를 거머쥔 박세리의 공통점을 어느 한 언론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장쾌한 드라이버샷을 주무기로 하는 것도 닮았다.그러나 정작 미국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유색인종이라는 점이다. 신문지면이나 방송리포트의 어느 구석에도 거론된 바 없지만 박세리는 「옐로우」고 타이거는 「블랙」이라는 사실이 미국인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다. 백인의 전유물이며 부자(富者)들의 게임으로만 여겨졌던 대표적 스포츠 골프에 동양인과 흑인 챔피언이 나타났다는 것이 그들에겐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눈에는 아직도 미국내에서는 흑인이,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일본인을 제외한 동양인이 빈곤의 상징처럼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73명의 선수중 박세리는 유일한 동양인이자 유색인종이었다. 미국 52명, 스웨덴 7명, 영국 6명, 오스트레일리아 3명, 스코틀랜드 2명, 그리고 캐나다와 스페인 1명 등 가히 부자나라 출신들이자 백인들만이 모인 잔치였다. 16달러밖에 하지않는 저렴한 입장료였는데도 수백명에 달하는 갤러리들 중에서도 박세리를 응원하기 위해 온 교포들을 빼면 유색인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래전부터 한국은 이미 스포츠 강국이라고 자부해왔다. 수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피나는 노력과 땀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제껏 한국은 「헝그리 스포츠」에서만 빛을 발했던 게 사실이다. 부자나라들의 상류층과 어깨를 겨루어 당당히 정상을 차지한 것은 아마 박세리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골프라는 스포츠가 나라의 명예가 걸린 경기도 아니고 개인차원의 프로스포츠라고 하지만 박세리가 더없이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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