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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담보대출마저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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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담보대출마저 ‘꽁꽁’

입력
1998.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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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BIS염두 공장 ‘위험자산’ 분류 대출거부/까다로운 신용보증서 요구/유망기업까지 부도위기/수금한 어음 부도땐 연체료물리며 환매독촉도은행들이 다투어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외치고 있지만 일선 대출창구는 꽁꽁 얼어붙어 유망기업들까지 부도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신용대출은 커녕 부동산 담보대출마저 막혀버렸고, 거래기업으로부터 받은 어음을 할인해 현금화한 거의 모든 중소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어음을 다시 사와야 하는 환매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와 충북 음성군에 공장을 두고 플라스틱기계등을 생산해 지난해 6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S사는 담보여력이 6억원이나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래은행측이 대출을 기피, 최근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 회사는 생산제품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일본·중국등에 대한 수출도 호조를 보였지만 국내 거래기업들로부터 받은 5억여원의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일시적인 자금난에 몰렸다.

이 회사의 유모 사장은 『이번 위기만 넘기면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다』며 은행 지점장을 붙잡고 3억원만 대출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기준)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100%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공장담보 대출은 무조건 안된다는게 지점장의 한결같은 답변이었다.

경북 경주시에서 기계류를 생산하는 Y사의 민모 사장 역시 자산 45억원, 은행대출 15억원의 상황에서 도산할 수 밖에 없었다. 민사장은 부도후 1억여원이 물린 채권자들에게 3일동안 감금당하는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건자재를 생산하는 S사의 경우 담보여력이 10억원이나 남아있지만 은행대출을 아예 포기하고 사채시장에서 급전을 조달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대출상담을 해봤자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정모 사장은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이라고 하면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고 오로지 신용보증서를 받아오라고 한다』면서 『신용보증서를 받으려면 수십종의 서류에다 연대보증인까지 구해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대출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한숨지었다.

충북 음성군에서 중장비 부품을 생산해 한라중공업에 공급해온 D사는 1억6,000만원짜리 어음을 은행에서 할인했다가 한라의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은행으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빨리 부도어음을 환매해가라」는 독촉을 받고 있다. 은행측은 환매해갈 때까지 연체이자로 연27%를 적용하겠다며 이자 납부까지 재촉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리 여직원은 견디다 못해 부도기업인들의 모임인 팔기회에 전화를 걸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거래 대기업이 부도를 낸 후 일감이 10분의 1로 줄어 전 종업원이 임금을 반납하면서까지 버티고 있는데 연체이자까지 물리면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윤한기(尹漢基) 팔기회 사무국장은 『은행들이 다 쓰러져가는 대기업에 돈을 줄 때는 융자니 대출이니 하는 표현을 쓰면서 중소기업에게는 높은 이자를 받고도 자금지원이라고 생색을 낸다』면서 대출과 지원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윤국장은 『일선 창구는 꽉 막혀있는데 은행 본점의 높은 사람들은 중소기업 자금지원책만 발표하고 있다』며 『발표를 믿고 은행을 찾아간 중소기업인들의 좌절감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최원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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