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강경식(姜慶植) 전 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 전 청와대경제수석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외환위기 수사가 38일만에 끝났다. 아직 PCS 사업자 선정과 종금사 인허가 의혹 수사는 계속되고 있으나 이는 별건의 성격이므로 문민정부 경제실정 수사는 사실상 일단락된 셈이다.김선홍(金善弘) 전 기아그룹회장 구속에 이어 경제관료 두사람을 구속한 수사의 성과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는 검찰이 수사종결을 너무 서두르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갖는다. 온 국민이 겪는 이 국난의 책임이 두사람에게만 있다는 결론은 설득력이 없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더 책임질 사람이 없는지 분명하게 따져 모두가 수긍할 결론을 끌어냄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 수사의 목적이 아니었던가.
수사내용 면에서도 감사원 고발내용을 확인한데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애초부터 처벌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직무유기 혐의를 부인한 김영삼 전대통령의 검찰답변서에는 임창렬전부총리의 책임론이 제기됐는데도 추가조사를 하지않고 수사를 끝내 형평성 시비를 재연시킬 소지를 남겼다. 김전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밝혀내고도 납득할 만한 조치나 설명이 없는 것도 오해를 살 수 있다.
이번 수사의 특징은 잘못된 정책에 형사책임을 물은 것이다. 정책판단의 오류에 행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어도 형사책임을 묻기는 곤란하다는 주장이 검찰 내부에서도 제기되었는데, 재판과정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서울지법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린 영장 실질심사에서 검찰과 변호인간에 한바탕 법리논쟁이 벌어진 사실이 이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참모직인 수석비서관에게 대통령에 대한 「교육적 임무」를 게을리한 책임을 물은 부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검찰은 아직 수사종결을 선언하지 않고 있다. 끝내기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가 언제 어디서부터 싹텄으며,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해 이렇게 되었는지를 속속들이 밝혀내 국민의 울분과 의혹을 해소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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