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전 백성비애 바로 오늘의 이야기”/내달 2∼7일 예술의전당 공연『이번 공연은 일종의 명예회복입니다. 첫째는 원작을 복구하는 것이고 둘째는 돌아가신 선조의 한풀이죠』
88년 연극 「애니깽」을 쓰고 연출하며 극단 신시를 창단한 김상열씨. 그는 서울예술단의 뮤지컬로 다시 태어나는 「애니깽」을 바라보는 소회가 각별하다.
작품이 다룬 멕시코이민자들만큼 이 작품도 기구한 역정을 겪었기 때문. 한 영화업자가 김씨 원작으로 정부지원금을 받아냈지만 중도차익을 노려 판권 넘기기를 거듭했고 촬영중 남자주인공 임성민이 갑자기 숨지는가 하면 96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심사 부정시비 끝에 1년후에야 개봉됐다.
뮤지컬 각색을 맡은 김씨는 『극적인 내용과 멕시코라는 이국적 배경이 뮤지컬로 만들기 적합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1904년 영국인 메이어스의 꼬임에 빠져 제물포서 이민선을 탄 조선인 1,034명은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애니깽(용설란)농장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다. 김씨가 현지취재때 교포 2세 박삼례할머니가 던진 한 마디는 극의 중요한 모티프가 됐다. 『견디다 못해 4명을 고향으로 보냈어. 어떻게 보내긴, 조금씩 돈을 걷어 배를 태웠지. 고종께 이르면 신하들을 데리고 와 멕시코인들을 야단치고 우리를 데려갈 줄 알았거든』 극중탈출자 4명은 길을 잘못 들어 쿠바, 멕시코, 미국을 전전한 끝에 20년만에 조선에 돌아오지만 이미 국권을 잃은 상태.
『통치권력의 무능으로 인한 백성의 희생과, 끝내 되돌아온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담은 작품입니다. 지금도 우리 국민은 정부의 무능함으로 IMF에 희생당하고 있는 셈이니 그때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공연 6월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유경환 연출, 송용태 박철호 김성기 이희정 등 출연. (02)5230845<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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