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간중심 활동 부자일수록 더 책임감미국에서는 통칭 도네이션(Donation)이라고 한다. 우리가 말하는 기부 기증 자선등의 행위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다. 미국의 도네이션은 철저하게 민간중심으로, 지역사회를 단위로 이루어지는게 특징이다.
물론 전국적인 조직도 많다. 적십자, 구세군, YWCA, 종교단체 등이 참여하는 「미국공동모금연맹(United Way of America)」이 대표적이다. 모금규모가 크고 권위도 상당하다. 이 연맹의 회원인 법인과 개인들은 이를 명예로 여길 정도다.
하지만 시민 생활속의 모금활동은 카운티 등을 단위로 조직된 2,300여개 이상의 지역 공동모금회를 통해 활성화돼 있다. 지역 공동모금회는 연방정부는 물론 주정부로부터도 자유롭다. 오히려 모금회 내에 별도의 정부관계위원회를 만들어 적극적인 로비를 벌인다. 공동모금회의 설립과 활동에 관한 법적 제한이 일절 없기 때문이다. 해당 주의 법령에 따라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운영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맡아 모금한 돈을 배분한다. 일상적인 모금활동 외에도 백만인 걷기대회, 자선 바자회, 자선 골프대회, 카드 발매 등 이벤트성 프로그램을 수시로 벌인다. 개인과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모금 이외에 카네기, 포드, 록펠러 등 재단들의 개별모금도 활발하다.
미국은 부자들일수록 많은 돈을 낸다. CNN 회장 테드 터너는 지난해 유엔에 전재산의 1/3인 10억 달러를 기증했다. 금융재벌 조지 소로스는 5억4,000만 달러, 「컴퓨터 황제」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사 회장 역시 각종 단체에 2억1,000만 달러를 내놓았다. 빌 게이츠가 지난해 1억 달러를 들여 초호화 저택을 짓고도 사치스럽다는 비난을 받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인들에게 도네이션은 생활의 한부분이다. 지난해 미국인들이 자선활동을 위해 기부한 돈은 총 1,507억 달러. 우리나라 예산의 세배가량 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1인당 평균 502달러(70만2,800원) 가량되는 적지 않은 돈이다. 이 기부금의 80% 이상은 개인 기부자들이 냈다.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지 조사에 따르면 95년 연 1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 가정은 90% 이상, 연 3만∼4만 달러의 중산층은 80%, 1만 달러 미만의 극빈자층도 47%가 기부금을 냈다. 기부금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종교단체와 교육기관. 하버드대의 경우만 봐도 지난해 기부금이 62억100만 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은 기부금을 받는 연세대보다 무려 100배 이상 많았다.
이같은 미국인들의 적극적인 도네이션은 자율적인 기부제도와 더불어 근본적으로 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에서 비롯된다. 절약과 검소를 미덕으로 여기는 청교도 정신의 영향에 개인의 부는 사회간접시설과 다른 사회구성원들의 노동력을 근거로 만들어졌다는 공동체적 생각 때문이다.
사회복지단체협의회 한성우 복지지원과장은 『7월부터 우리도 민간주도의 공동기금모금법을 시행하는 만큼 민간중심으로 생활화된 미국의 도네이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참고할만 하다』고 말했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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