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철새 따라다니는 이정우씨(마니아의 세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철새 따라다니는 이정우씨(마니아의 세계)

입력
1998.05.20 00:00
0 0

◎열두살때부터 호기심 발동/46년간 전국도래지 누벼/“새 키우며 집한채 날렸죠”새들의 번식기인 요즘, 이정우(李正雨·삼육대 응용동물학과교수·58)씨에게는 주말이 없다.

이 시기를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삼육대 강의만 끝나면 86년 사재를 털어 세운 서울 마포구 성산동 동서조류연구소로 가 머리 속의 생태지도를 따라 탐조계획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열두살때부터 호기심으로 시작한 철새 따라다니기가 올해로 46년째. 그동안 서산 천수만, 낙동강, 주남저수지, 창녕 우포늪, 보길도, 경포호, 철원평야 등 철새도래지로 알려진 곳은 모두 누볐지만 아직도 현장을 찾을 때면 『어떤 새를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가슴이 떨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새만 보면 가슴이 떨렸어요. 새를 보는 것도, 잡아다 기르는 것도 그렇게 좋아했어요. 호기심으로 산을 모두 뒤지고 다니고 어른들 몰래 새를 키우곤 했죠. 아마도 운명인 것같아요』

탐조여행을 떠나는 그의 배낭 속에는 조류목록, 망원경, 카메라, 탐조일지 등이 어김없이 들어 있다. 끼륵거리는 새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의 눈동자와 손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선 종류를 식별하고 탐조일지에 개체수, 특징, 서식지환경등을 꼼꼼하게 적는다. 죽은 새를 발견하면 깃털, 혀, 부리의 형태와 크기를 기록하고 박제를 만든다. 지금까지 만든 박제만 300종이 넘는다.

이씨는 65년부터 10년간 이화여대 동물학연구실에서 근무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오로지 새만 찾아다닌 셈이다. 결혼도 마흔살이 넘어서 했다. 남들이「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고 가족들도 이해해 주지 않을 때가 있지만 『새와 함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태연스럽게 말한다. 새들과 친해지고 생리를 알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관상조류는 안 키워본 것이 없을 정도. 새를 키우면서 「집 한 채 값」은 족히 날렸다. 지금도 500여종을 키우는데 사료비가 매달 100만원 정도 들어간다. 그는 겨울철만 되면 홍도 갈매기섬, 서해안 피음도등 무인도에서 살다시피 한다.<박천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