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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규모시위 “유혈우려” 긴장/印尼사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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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규모시위 “유혈우려” 긴장/印尼사태 이모저모

입력
1998.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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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국민담화는 시간벌기 속셈” 비난/민항기 8편 투입 교민 2,700명 귀국지난주 유혈폭동사태로 500명이상의 희생자를 내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인도네시아 사태는 19일 수하르토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20일의 「민족각성의 날」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자카르타 곳곳에는 탱크가 배치되고 바리케이트가 설치되는 등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다. 자카르타 시민들도 대규모 시위가 유혈폭동으로 번질 것에 대비, 호텔등으로 피신하거나 긴장과 공포속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발표된 직후 야당세력과 대학생들은 담화내용에 대통령직 사임이나 구체적인 개혁추진 일정이 빠져있는 등 알맹이가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수하르토의 즉각 퇴진만이 정국을 수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수하르토가 물러날 때까지 시위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부터 자카르타시내와 지방도시에선 수하르토의 조기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시위로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대학생 6,000여명은 수하르토 대통령의 대국민성명이 발표되기 3시간전부터 국회 의사당 앞으로 몰려가 수하르토의 퇴진을 촉구했으며 이들 가운데 100여명이 의사당 지붕을 점거했다. 학생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 담화 발표 이후에는 30개대학 1만5,000여명으로 불어났다.

한 대학생은 『우리의 투쟁이 결과를 가져오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수하르토가 물러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당을 지키는 군인들 바로 앞에서 시위를 벌인 학생들은 『지금 당장 수하르토를 교체하라』라고 외쳤다.

일부 학생들은 이날 오후늦게 트리삭티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20일 시위를 대비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수하르토를 지지하는 「페무다 판카실라」학생연합소속 대학생 200여명이 친정부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수하르토의 총선후 사임 발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실망과 우려, 안도 등으로 엇갈렸다. 변호사 겸 민주화운동가인 프란스 위나르타는 『수하르토가 사임 압력에 밀려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면서 『그의 담화 내용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첼레(19·여·학생)는 국가위기를 진정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만일 수하르토가 즉각 물러나면 나라를 고칠 수선공이 없게 된다』며 수하르토의 조치를 환영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성명 발표에 앞서 대통령궁에서 회교 지도자 9명과 만나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의견을 청취했다. TV를 통해 생방송된 이 회동에서 수하르토는 편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구체적인 대화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궁 소식통은 이들 회교지도자 9명 중에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 비판적 지도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전하고 이들이 대통령에게 국민들의 열망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20일의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한국교민사회에도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현지 상사주재원 가족등 많은 한국 교민들은 19일 인도네시아를 떠나기위해 아침부터 공항으로 향했고 남은 교민들은 다음날의 대규모 시위에 대비, 안전대책마련을 서둘렀다.

아들과 딸을 데리고 공항으로 나온 이모(37·여·교사)씨는 『불안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다』며 『공항으로 가면 표를 구할 수 있다는 말에 밤을새울 생각으로 무작정 나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19일 오후부터 20일 오전까지 8편의 항공기를 투입, 2,700여 교민을 싣고 서울로 떠났다.

대사관측은 또 20일 시위가 폭동 사태로 번질 경우, 교민들을 모두 비상출국시킬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김포공항에 비상 대기중인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 특별기 4편과 함께 C­130 군수송기 5∼6편이 교민 수송용으로 긴급 투입돼 1시간 거리의 싱가포르로 실어나른다는 것이다.

대사관측은 특히 수카르노­하타 공항으로의 이동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이 자국민을 출국시키는 데 이용한 자카르타 근교의 할림 군비행장을 사용하기로 인도네시아 군 당국과 협의를 마쳤다.<자카르타=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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