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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불감증/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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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불감증/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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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건이 터지면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가 많다.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거나,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실체에 접근하지 않는 경우다.이는 사건 해결을 어렵게 한다. 요즘 우리의 실상이 그 꼴이다. 지난 대선에선 IMF사태가 승부수였다. 새 정부는 이로 인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은 39만여표의 차로 「준비된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주면서 IMF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대다수 국민의 고통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한마디로 「목이 점점 조여오고 있는」상황이다. IMF사태가 단시일내에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른 해결의 기미마저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데 있다. 새 정부, 여야 정치인, 기업, 노동단체가 이를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정치권은 온통 세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인들은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금새 「공범」이 된다. 세비를 인상하고 보좌관 수를 늘린 것이나 유권자를 무시하는 말 바꿔타기가 대표적인 예다. 실직 월급삭감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정부의 정책도 투명성과 일관성이 없다. 시행착오의 연속이니 「약발」이 제대로 먹힐리 없고 혼란만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마지못해 내놓은 재벌의 「구조조정안」에서 근로자 고통경감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사태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서 기인한다. 지방선거까지 맞물린 일련의 구태가 총체적 위기불감증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끊임없는 국민적 합의 도출을 통해 IMF구제금융에서 벗어나게 한 멕시코 에르네스토 세디요정부는 출범후 경제회복에만 총력을 쏟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세디요정부는 지금 국민을 고통으로부터 빨리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F사태는 정치권의 세불리기, 기업의 근로자 자르기에 이용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국민의 고통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정부 정당 기업이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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