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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고전 번역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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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고전 번역 서둘러야”

입력
1998.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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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전서’‘일성록’ 번역계기 “정부지원등 절실” 여론「홍재전서(弘齋全書)」와 「일성록(日省錄)」의 번역을 계기로 한문고전 번역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일고 있다. 한문고전이 우리 기록유산의 95%나 될 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 정조대왕(1752∼1800)의 개인문집 「홍재전서」 2, 3권을 번역·출간한 민족문화추진회(회장 이우성)는 내년까지 모두 18권으로 완역키로 하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조가 자신의 호를 따서 이름붙인 홍재전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임금의 문집. 184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깊고 넓은 사상세계와 시문을 담았다. 정치 경제 군사 철학 음악 문학 예술등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정조의 학문은 철인군주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18세기 후반의 정치 경제 사회에 관한 다양한 기록을 담고 있다.

추진회는 「일성록」도 6월부터 번역을 시작, 모두 520권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소요기간은 15년 정도. 일성록은 영조 28년(1752)부터 순종 4년(1910)까지 국왕의 동정과 국정의 모든 사항을 기록한 일기류의 역사서로 조선 후기 사료로는 왕조실록보다 훨씬 중요하다.

서울대 규장각 김문식(37) 학예연구사는 『홍재전서가 번역되지 않아 정조와 정조시대 연구는 사실 제대로 된 것이 별로 없다』며 『완역되면 18세기 후반 조선의 문화역량이 어느 정도였는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영조와 정조의 나라」(푸른역사)를 낸 가톨릭대 국사학과 박광용(47)교수도 『제대로 번역만 해놓으면 여러 분야 학자들의 연구를 한 차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 최승희(61·국사학과 교수)소장은 『진작 해야 할 일을 인력과 재정의 뒷받침이 없어 이제 하게 됐다』며 『이런 기본작업도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니 국학발전은 아직 멀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국문화연구소도 일성록의 기사내용과 용어를 CD롬에 담는 전산화작업을 지난 해 3월부터 5∼8년 예정으로 하고 있는데 예산은 서울대 국학발전기금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해 한국한문학회가 교육부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 고전국역을 현수준인 연간 50권 정도로 진행할 경우 중요 고전번역에는 앞으로 100년이 걸린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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