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부 빼고 지역 나눠먹기 불보듯선거를 재미로 치르는 건 아니지만, 이번 6·4 지방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재미없는 선거가 돼버렸다. 판이 제대로 차려지기도 전에 대부분 지역의 선거는 이미 끝났다. 중앙정치의 지역 나눠먹기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곤 하나마나한 선거가 돼 버렸다. 「우리 정치에 언제 급(級)이란 게 있었는가」란 질문에는 언뜻 가물한 기억의 갈피를 한참 더듬어야 할 터이나, 이번 선거는 더이상 내려갈 곳 없는 우리정치의 급을 다시 한단계 내리는 기록을 세웠다.
말들은 번드레하게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 「자치행정 대표이자 지역일꾼 가려뽑기」 「중앙정부의 종속과 예속 극복」 「지역주민이 주인되는 행사」… 알맹이 없이 빛깔만 요란한 이 말들은 기껏해야 언론보도용 내지 대외발표용 수준을 넘지 못한다. 『정국 안정과 오만한 야당 심판을 위해 압승을 거둬야 한다』는 여당이나, 『현 정권의 독선·무능을 단죄하고 야당파괴 기도를 차단하기 위해 표를 몰아달라』는 야당이나, 거기서 거기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몰고 가려는 양측의 기도와 속셈에는 한치의 차이도 없다.
『유권자의 의식개혁만이 지역할거의 폐습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정치인들의 「쿠데타적」요구는 스스로의 책임을 유권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교언에 불과하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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