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새대통령 선출 등 사태수습 방향만 제시/구체 일정표는 안개속… 오늘 집회가 분수령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장고 끝에 1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는 국민이 요구한 「즉각 사임」을 일단 거부하고 「사태수습후 명예퇴진」에 무게를 둔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하르토는 담화에서 『내가 물러나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나의 사임으로 상황이 극복될 것인가가 주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수차 강조하며 「내전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대통령직에 연연하지 않으며 사태수습에만 고심하고 있는 국가지도자상을 내세우면서도 자신의 사임으로 인한 힘의 공백이 혼란과 유혈을 부를 수도 있다는 엄포였다.
수습안으로 그는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개혁위원회 설치신속한 조기총선을 위한 법·제도 정비새로 구성된 국민협의회에서 새 정·부통령 선출」을 제안했다. 반(反)독점·반(反)부정부패를 추진할 새로운 개혁내각 구성도 약속했다. 이러한 절차를 마무리한 뒤 명예롭게 대통령직을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헌정질서 유지를 강조하는 「호헌선언」과 정치개혁을 약속하는 「민주화 선언」을 교묘하게 뒤섞은 어법으로 「사임거부」 「임기인 2003년전 사임」 「사임 수용」 등 갖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수하르토가 개혁실천과 사임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표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혁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방식, 총선거 시기와 방법 등 복잡한 과정을 다 마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도네시아 정국 관측통들은 3∼6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따라서 앞으로 인도네시아 정국은 수하르토 담화를 대학생과 반정부 재야세력이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들이 수하르토 담화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당장 20일로 예정된 「민족 각성의 날」 전국 집회의 구호와 양상에서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집회가 수하르토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로 전개될 경우 또다시 공은 학생들의 개혁요구와 수하르토의 헌정질서 유지 사이에서 중간적 입장을 유지하며 유혈진압을 피하려 애써온 군부에 넘어갈 것이다.
이번에 위란토 군총사령관 겸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한 중간파 군부는 국민의 개혁요구를 수하르토에게 전달해 대국민담화를 끌어내고 반정부세력에는 개혁실행을 보장하는 수호자가 되겠다는 물밑 약속으로 거중조정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자카르타=장인철 기자>자카르타=장인철>
◎개혁委구성대통령선출/모든 정치세력 참여 개혁안 합의해도 국민協 승인 거쳐야 최장 1년이상 걸릴듯
인도네시아 정국운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개혁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고 후임대통령의 선출 등 앞으로의 정치일정은 어떻게 될까?
수하르토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사회지도자와 학자 등으로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선거법과 반독점 및 반부패법 등을 개정한다는 큰 틀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개혁위원회 창설은 위란토 국방장관겸 군총사령관이 18일 기자회견에서 위기수습방안으로 처음 내놓은 것이다.
위기수습안에 대한 수하르토와 위란토사령관 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개혁위원회는 군, 정부, 학생대표, 반정부 재야단체 등 모든 정치·사회단체에 문을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회에서는 수하르토 독재체제를 지탱해온 각종 정치제도와 국민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었던 족벌체제, 경제력 집중 등 그동안 성역시돼 온 것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하르토의 즉각 하야를 주장해 온 재야세력이나 학생측이 참가를 거부할 경우, 이 위원회가 전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명실상부한 개혁기구의 역할을 다할 지는 불투명하다.
수하르토는 담화에서 조기총선후 국민협의회(MPR)를 소집, 후임대통령을 선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행 헌법절차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의 상원격인 MPR에서 선출하도록 돼있다. MPR는 국회(DPR)의원 500명과 정당비례 대표의원, 군부 대표, 각주 직선 대표 등 500명을 합해 총 1,000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MPR이 헌법상 최고권력인만큼 개혁위원회에서 채택된 선거법 등 각종 개혁안도 MPR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효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개혁위원회 가동에서 개혁안 승인, 새 선거법에 따른 총선, MPR 소집, 대통령 선출까지 이르는 과정은 험난하며 어쩌면 1년이 넘는 긴 시일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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