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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발기인 대표 김경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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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발기인 대표 김경래씨

입력
1998.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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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번 돈 마땅히 사회에 돌려주어야죠”살아서 남에게 좋은 일을 하기도 쉽지 않지만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고 떠나기란 더욱 힘들다. 『내가 어떻게 모은 돈인데, 내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게 당연하지』하는 마음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김경래(71·기독교 백주년기념사업회사무총장) 「유산 남기지않기 운동」발기인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내 재산은 내 능력과 노력만으로 모아진 게 아닙니다. 그 돈을 벌게 해준 사회에 마땅히 돌려 주어야죠』

그는 15년째 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 84년 재물에 대한 올바른 가치판단을 내용으로 한 손봉호 서울대 교수의 강연이 계기가 돼 몇몇 기독교 실업인들이 뜻을 모았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뜻에서 자체 홍보는 삼가고 있다. 대신 몇년에 한번, 동창회나 학회 등의 회원명단을 구해 운동의 취지문과 회원가입 엽서를 보낸다. 김대표는 『지금도 500통을 보내면 50통의 회신을 받기도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렇게 모인 회원이 현재 400여명. 70% 이상이 중소기업 경영인과 대기업 간부들이다. 대기업 경영인은 극히 드물다. 나머지는 법조인과 교수 의사 등 전문직이다. 여성회원도 10여명이나 된다. 「직계 유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재화는 보존한다」는 것외에 아무 강제조항이 없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10여명의 회원들은 하나같이 재산을 사회에 돌렸다. 유모 박사는 부인에게 남긴 집 한채를 제외하고 전재산을 학교에 기증했다. 대전의 백모 사장은 부동산을 3등분해 교회와 고아원,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본부에 기부했다.

이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은 늘 유서를 가지고 다닌다. 언젠가는 찾아올 죽음을 생각하면 남은 삶이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자식들에게 자신들의 뜻을 미리 알려준다. 『의미없이 상속되는 유산은 불로소득, 자식들에게도 좋지않다』는 믿음에서다. 다행히 대부분은 부모를 이해한다고 한다. 김대표 자신도 2남6녀의 자식들로부터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돈보다 더 귀한 것을 남겨준 셈이다.<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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