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청산돼야 할 우리정치의 병폐 가운데 하나는 몇몇 주요인사들을 정점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역할거 구도다. 이른바 3김시대엔 영남지역이 YS영향권이었다면 DJ는 호남권의 맹주였고, 충청권은 JP의 아성이었다. 선거때마다 이런 지역대결 양상이 고착화했고, 자기 영향권내에서는 3김이 어느 누구를 공천해도 그것은 곧 당선을 의미했다.■예컨대 호남은 DJ공천이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이 가능하다고 할 정도였고, 영남은 YS공천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출중해도 고배를 들기 일쑤였다. 그들의 「위수지구」내에서는 「공천=당선」이었다. 오죽했으면 이같은 지역할거 구도를 망국병(亡國病)이라고 했겠는가.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 시·도지사등 광역단체장과 시·군·구청장등에 대한 주민직선이 실시되자 3김정당의 공천장은 날개를 달았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니 공천을 싸고 거래의혹 등 말썽을 빚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 일부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선후보 교체파문 역시 지자제정신의 심각한 훼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김대통령이 『경선후보를 존중하라』고 지시해 시정은 됐지만 국민회의 해남군수 후보문제는 많은 뒷말을 남기고 있다. 『인지도가 낮다』는 구실로 선출후보까지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면 경선은 왜 했느냐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던가. 우연인지는 모르나 위원장의 친동생이 그 경선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교체이유로 내세운 「인지도」운운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없다. 하루아침에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되는」선거풍토가 바뀌었다는 것인지. 김대통령의 시정지시가 없었던들 아마도 「민의의 왜곡」은 기정사실화했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이런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한 지자제는 물론 정치의 발전도 요원한 일이다.<노진환 논설위원>노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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