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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 父情 ‘골프여왕’ 키웠다/박세리 오늘이 있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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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 父情 ‘골프여왕’ 키웠다/박세리 오늘이 있기까지

입력
1998.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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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비범한 자질 발견 육상서 전향시켜/중학부터 하루 1,700번 스윙·퍼트 7년 혹독한 훈련/아버지도 핸디싱글… 大田집선 축하전화 등 ‘잔칫집’박세리(21)는 『왜 골프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박세리가 세계 골프계를 제패하기까지는 생업도 팽개친 채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한 부정(父情)이 있었다.

대전서 골재업을 하던 박준철(朴峻喆·47)씨가 사업을 정리하고 둘째 딸을 「천재 골퍼로 만들기」에 나선 때는 박세리가 유성초등학교 6년 때인 89년. 이민간 하와이에서 핸디5의 실력을 보유했던 박씨는 육상 투포환과 허들 선수였던 둘째 딸 세리의 비범한 자질을 알아보고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골프로의 전향을 단행했다. 그리고 본고장 미국서 세계적인 골프 신동으로 화려하게 꽃피우기까지 그는 아버지이면서도 가장 엄한 스승 역을 해왔다.

박씨는 우선 부인 김정숙(金貞淑·45)씨에게 가정을 맡기고 딸과 함께 온종일을 같이했다. 딸이 한창 뛰놀 시기인 대전 갈마중 때부터 새벽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기상, 조깅과 15층 아파트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아침식사를 마치자 마자 곧바로 연습장으로 직행, 1,000번의 스윙과 700번의 퍼트 연습을 시키며 딸을 지도했다. 오후에는 함께 필드를 돌고 밤에는 스윙 폼을 교정해 주는 강행군이 무려 7년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어졌다.

박씨의 골프관은 「모든 것을 골프로 사고하라」 본래 승부욕이 강했던 박씨는 실력 뿐아니라 심적 수양도 중요하다고 판단, 자신만의 독특한 마인드 컨트롤법을 개발, 딸에게 강인한 정신력을 심어주었다. 전문서적을 뒤지고 가까운 프로의 조언을 구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박세리가 종종 『꿈도 골프에 관한 것만 꾼다』고 고백한 데는 아버지의 이같은 억척스런 정성이 있었다.

박씨 스스로도 『어린 나이에 다소 심하게 다루는 게 아닐까』라고 걱정했을 만큼 박세리의 어린 시절은 온통 골프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딸의 성적이 부진할 때면 박씨는 「동심을 빼앗은 억척 부모」라고 주위의 따가운 눈총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씨에게 힘이 됐던 것은 단 한차례도 자신을 원망한 적이 없는 딸 세리의 한결같은 마음. 박세리는 간혹 인터뷰에서 『평범하게 친구와 놀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털어놓기도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아버지께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박세리가 이번 대회 마지막까지 정신적으로 동요하지 않았던 것도 이같은 각오가 뒷받침이 됐다.

골프입문 3년만에 자신을 따라 잡은데 첫 희열을 느꼈고 96년 화장한 딸의 모습을 보고 처음 놀랐다는 박씨. 그는 『이제 함께 라운딩을 하면 세리가 5타는 접어줘야 할 처지』라면서도 웃음을 감출 줄 몰랐다.

한편 박세리가 LPGA 우승을 차지한 18일 오전 7시께 대전 서구 월평동 무궁화아파트 204동 605호 박선수의 집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TV를 지켜보던 아버지 박씨와 어머니 김씨, 언니 유리(26)씨, 동생 애리(18·고2)양 등은 세리가 18번 홀을 파로 마무리하자 일제히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박세리는 오전 8시께 집에 전화를 걸어 『아빠 나 우승했어요. 고마워요』라며 감격해 했다.

이날 박세리의 집에는 축하전화가 빗발쳤으며 가족들은 하루내내 축하인사를 받고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박선수의 모교인 공주 금성여고에서도 골프코치인 윤진수 교사를 비롯, 교사와 학생들이 등교하자 마자 박선수의 우승소식을 화제로 삼아 자축했다.

공주시민들도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LA다저스의 박찬호에 이어 공주 출신인 박세리가 또 한차례 세계 스포츠계를 놀라게 했다고 반겼다.<송영웅·최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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