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시 인근 페삭의 화폐주조창.보도진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경제장관이 버튼을 누르자 황금빛이 반짝이는 동전들이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지켜보던 관계자들 사이에서 탄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유러(EURO)화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앞으로 3년 후면 헬싱키에서 리스본에 이르기까지 유럽11개국에서 실생활에 통용될 동전이다. 그동안 간간이 실험적으로 표본제작이 있었으나 진짜 유러화가 햇빛을 본 것은 이 날이 최초다.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정상들이 만나 내년 1월부터 11개국의 유러동맹을 출범키로 선포한 이후 나라마다 유러화의 제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2년부터 11개국의 시중에 유통시키기 위해 필요한 유러화는 모두 900억유러(약 1,000억달러)에 달한다. 7종의 지폐와 8종의 동전 등 15종으로 11개국의 화폐주조창이 앞으로 3년간 부지런히 기계를 돌려야 이만한 양의 화폐를 확보할 수 있다.
페삭 주조창에서 이날 하루동안 생산된 유러동전만 해도 1,200만개였다.
이에 앞서 파리시내 13구에서는 8일부터 유러시대를 가상하는 모의실험이 실시됐다. 특별 제작된 유러동전 10만개를 관내 은행점포와 상점 및 주민들에게 돌려 실거래 통화로 사용토록 하는 실험이다. 18일까지 열흘간 시행된 유러실험을 주민들은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며 유러의 현실을 피부로 절감했다.
제조창에서 생산된 유러동전은 극도의 경비와 보안 속에 모처로 운반되고 있다. 군기지같은 특급 보안시설에 깊숙히 보관될 것이라고 한다.
페삭주조창에서는 유러동전 생산과 함께 지난 600여년간 써왔던 프랑화 동전의 제작을 중단했다. 21세기 지구촌에 상륙할 유러의 진군나팔소리가 점점 가까이서 들려오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