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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해진 5·18/안경호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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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해진 5·18/안경호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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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들에게 5·18은 언제나 독재의 억압을 뚫고 민주화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 「부활」의 날이다. 역사적 평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5·18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그러나 18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학생들은 해마다 5월18일이면 광주 금남로에서 대규모집회를 열었고 언제나 최루탄과 돌멩이 공방으로 얼룩졌다. 그러한 5·18이 올해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나갔다. 학생들의 대규모 집회와 시위도 없었다.

민주성지로 자리잡은 5·18묘역에는 가족단위의 참배객들이 늘어섰고 80년당시 진압군 19명이 18년만에 처음으로 5월영령들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행사도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뒤 2년째 정부주관으로 기념식이 열렸고 처음으로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서리는 기념사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폭압과 불의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선 의로운 시민항쟁』이라고 정부차원의 역사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이다.

50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광주가 먼저 화합과 화해의 손을 내밀고 5·18을 민주제전(民主祭典)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광주시민들의 열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는 시위없는 5·18을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 광주시민들은 5·18의 직접피해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아직도 5·18이 우리사회의 갈등과 긴장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셈이기도 하다. 5·18이 광주만의 것으로 인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의 정부가 보다 귀를 귀울여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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