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방화로 식량조차 못구해”/웃돈주어도 비행기표 없어 공항서 장사진/폭도들 간선로 등 점거… 돈주며 빠져나와인도네시아주재 상사원 가족 등 교민 340여명이 유혈폭동을 피해 17일 오전 6시40분 대한항공 628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처음으로 귀국했다.
이날 귀국한 교민들은 약탈과 방화로 아수라장이 된 인도네시아를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남아있는 가족과 교민들에 대한 걱정으로 얼굴이 밝지 못했다. 귀국한 교민중 일부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채여서 탈출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케했다.
이들은 특히 소요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20일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어 교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비행기를 타기위해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 아예 돗자리를 깔고 장사진을 하고 있지만 웃돈을 주어도 탑승권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포공항에 도착한 교민 김모(35·여)씨는 『야음을 틈타 고속도로를 이용해 공항으로 향했는데 주요 간선도로와 톨게이트를 이미 점거한 폭도들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해 루피아화 다발을 주고서야 겨우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통제불능의 인도네시아 치안상태를 전했다. 일부 교민들은 폭도들에게 포위당했다가 돈다발을 뿌린뒤에야 탈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두 딸과 함께 귀국한 서모(34·여)씨는 『계속된 약탈과 방화로 교민들이 고립돼 식량조차 구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감금상태』라며 『애들을 데리고 급히 피하느라 남편은 아직도 현지에 남아 있다』고 울먹였다.
이들은 현지 대사관에 폭동사태의 추이와 행동요령 등을 문의해도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해 교민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정부차원의 교민보호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도네시아에는 상사주재원 등 교민 1만5,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삼성그룹은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자 16일 한국대기업중 처음으로 주재원 가족에 대한 철수를 지시했으며 현대 LG 등도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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