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회사원들 3명이 오랫만에 모였다. 고교·대학 동창들이다. 그런데 한명이 늦게 왔다. 그는 차가 막혀 늦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겠어. 실업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봉급은 깎여 주머니는 말도 못하게 가벼워졌는데 거리에 차는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최근 생활비를 줄이려고 부모님 집으로 옮긴 한 친구가 말을 받았다. 『이사를 하려고 짐을 꾸리다가 학교 다닐 때 받은 상장을 봤어. 갑자기 별 생각이 다 들던데』
이들은 정리해고 당한 친구와 부도나 도망다니고 있는 동창, 자식 교육비 때문에 동창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한때 잘 나가던」 친구들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됐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학교 다닐 땐 말썽부린 적도 없고, 다른 사람을 크게 속이거나 사기도 안쳤으며, 조직에 큰 피해를 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고통을 언제까지 당해야 하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날의 생활이 분수에 지나쳤고, 그것이 쌓이고 쌓인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 나타났던 조심스러움과 근신하는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졌다. 자신의 잘못은 없으니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거나, 실업이나 감봉의 아픈 마음을 생각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었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IMF 체제가 없애 버렸다. 오로지 「돈」만이 모든 것의 판단기준이 되어 버렸고, 그것이 당연시 되어 버렸다.
『그래서 거리에 차가 그렇게 많은 것이구나』 『그 뿐만 아니야. 지하철을 타 봐. IMF 시대라서 그런지, 노약자와 장애자가 그렇게 많아. 「노약자와 장애자를 위해 자리를 비워둡시다」라는 말이 적혀 있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그들이야』
결국 그날 모임의 최종 결론은 『IMF 체제가 요구하는 방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쪽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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