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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서울경제’ 폐간을 생각한다(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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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서울경제’ 폐간을 생각한다(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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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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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 18주년을 맞는다.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는 80년 5월 비상계엄령에 항의하는 광주시민들의 시위를 무력진압하여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이를 빌미로 본격적인 권력 찬탈에 나섰다. 정부수립후 첫 정권교체를 이루어 군사정권의 잔재를 깨끗이 씻어낸 새정부 아래 첫 5·18을 맞으며 그날의 상처를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된다.신군부의 집권과정에서 선량한 국민들이 수많은 피해를 입었다. 대표적인 예로 광주 진압, 삼청교육대, 공직자 및 근로자 해고, 언론사 통폐합과 언론인 해고등을 꼽을 수 있다. 광주시민들의 민주항쟁을 총칼로 진압했던 신군부는 다섯달후인 그해 11월 언론에 총칼을 겨누어 언론사 통폐합을 단행했다. 당시 경제지 시장점유율 50%에 달했던 한국일보의 자매지 서울경제도 11월 25일자로 종간사를 내고 폐간하지 않으면 안됐다. 1960년 창간된후 20년3개월 동안 제일의 경제권위지로 우뚝서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 역사를 함께했던 서울경제의 폐간조치는 모기업인 한국일보에 대한 핍박의 일환이었다.

신군부의 만행으로 인한 피해 가운데 아직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언론계라고 할 수 있다. 광주시민들에 대한 배상은 96년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3년째 진행되고 있고, 전두환전대통령등 신군부세력을 내란죄로 처벌함으로써 어느 정도 명예회복도 이루어졌다. 강제해직됐던 공직자 근로자 언론인들의 복직도 대부분 이루어졌다. 그러나 80년 언론통폐합 당시 형식상의 배상을 받거나 다른 매체에 흡수통합됐던 타 매체들과 달리 아무런 배상없이 자체소멸시켰던 서울경제에 대한 배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피해배상 요구에 대한 정부와 법원의 배척논리다. 90년 11월 한국일보사의 국가배상금 지급신청에 대해 정부는 배상청구권 시효소멸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한국일보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으나 법원도 같은 이유로 우리의 요구를 물리쳤다. 근거는 「피해자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한다」는 민법상의 규정이다.

정부와 법원은 시효의 기산점을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81년 1월24일로 보고 이날부터 3년안에 소송을 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쿠데타의 주역이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상요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상식이다. 실제로 90년 문화방송이 지방 MBC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냈을 때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소멸시효 기점은 5공정권이 물러나고 국회 언론청문회가 시작된 88년12월로 보아야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고법도 이 견해를 지지했었다.

광주 민주항쟁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배상을 규정한 5·18특별법도 같은 법정신으로 볼 수 있다. 95년 12월에 제정된 이 법은 제2조에서 12·12와 5·18을 전후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대해 국가의 소추권 행사에 장애사유가 존재했던 기간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한 지방법원이 최근 우리나라 종군위안부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정부가 그 구제입법을 하지않은 입법부작위(立法不作爲) 책임을 물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것도 같은 법정신이다. 현실적으로 피해배상 요구가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면 시효가 지나도 특별법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구제해야 한다는 기본권 중시의 철학이다.

언론통폐합은 정통성 없는 권력이 자행한 범죄행위다. 거듭돼서는 안될 범죄가 역사속에 함몰되거나 유실돼서는 안된다. 광주민주화 항쟁직전 신군부에 체포되어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김대중씨는 이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 엄청난 역사의 변화, 진정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이룩한 오늘도 신군부의 폭거를 「시효소멸」논리로 덮는다면 그것은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시대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새정부와함께 5·18을 맞으며 우리는 서울경제 강제폐간으로 입은 유무형의 피해배상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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