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진압·반체제와 대화 등 强穩 양면전략 구사/일부선 “결국 퇴진” 분석우세유혈폭동과 사임압력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강온(强穩)양면 전략으로 국면타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개발도상 15개국(G15)정상회담에서 급거 귀국한 15일 1만5,000여 정예병력을 동원, 무정부 상태에 빠진 자카르타를 장악하는 한편 유혈사태의 기폭제가 된 유류가격 인상을 전격 철회했다. 16일에는 대학총장단과 의원 대표단을 잇달아 만나 개각을 포함한 민심수습안을 마련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또 2월 이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학생 지도자와 반체제 세력과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움직임은 사임을 겨냥한 정지작업이 아니라 정권유지를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보인다.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조건부 사퇴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이 더이상 자신을 신임하지 않고 헌법적인 방법으로 사임을 요구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방법」이란 정·부대통령 선출권을 지닌 국민협의회(MPR)의 결정을 뜻하는데 MPR이 그의 퇴진을 결정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MPR은 의원 425명과 수하르토가 지명한 대의원 575명으로 구성돼 있는 탓이다.
그가 국영·민영 5개 TV방송국에 대해 폭동관련 뉴스의 보도를 금지한 것도 심상치않다. 이는 내각 개편을 앞두고 「위란토 국방장관겸 군사령관에게 폭동의 책임을 물을 지도 모른다」는 소문과 맞물려 수하르토의 강경대응을 점치게 한다.
하지만 32년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한 수하르토는 위기타개를 위해 큰 폭의 양보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대국민 담화에서 발표될 것으로 전해진 개각에는 그의 큰 딸인 시티 하르디얀티 사회복지장관과 대통령의 골프친구로 재벌출신인 봅 하산 산업통산부장관, 하르토노 내무장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민들로부터 수하르토 족벌체체의 대표적인 인물로 비난받아 왔으며 군부로부터 『친인척과 측근을 중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개각이나 반체제와의 대화정도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하르토 체제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분노가 일정한 선을 넘어섰고 집권당내 불만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국제사회도 등을 돌린 상태다. 민심수습책은 미봉책이 되고 말 것이며 결국 수하르토는 「사임」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반정부 시위의 목표는 개혁과 함께 수하르토의 퇴진인 것이다.
그러나 수하르토가 순순히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계엄령을 포함한 「비상대권」 발동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수하르토 체제의 앞날은 대학생 연합시위가 예정된 20일의 「민족 각성의 날」을 전후한 금주에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이진희 기자>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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