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급식비 내려고 옷이며 책갈피를 2시간이나 뒤졌어요”『전기료를 아끼려고 식구가 한 방에 모여 책을 읽고 놀이공원에 가는 대신 방바닥에 그림을 그려 땅따먹기를 하는 궁색한 생활이지만 가정이 깨지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행복인지 모른다』
실직자의 아내로 냉가슴을 앓아온 6개월간의 경험을 「300원의 행복」(문예당출판사)이라는 책으로 펴낸 주부 윤지원(41·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첫 달에는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괴롭던 마음이 점점 「쌀없는 집도 있는데 우린 그래도 낫지」하는 생각으로 바뀌더라』고 말한다.
자동차영업소장이던 남편(41)이 지난해 11월 권고사직당하면서 윤씨네의 고통이 시작됐다. 퇴직금 4,000여만원은 은행융자금을 갚는데 썼고 윤씨가 심장수술을 두 번이나 받는 통에 저축도 거의 없었다.
생활비조차 막막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들의 급식비 2만3,000원을 내려고 옷, 책갈피를 2시간 뒤져 6,000원을, 통장의 돈을 모두 계좌이체해 겨우 맞춰내고는 진땀이 절로 나왔다』 신문 잡지 우유는 물론 아이들 학원까지 끊었다.
남편은 대리운전이라도 하려 했지만 나이 마흔이 넘었다고 직업소개소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이화여대 사대 출신으로 결혼전 교사였던 윤씨는 초등학생을 가르쳐 생활비를 보탰지만 단속이 심해지면서 그만두었다. 경영학 석사인 남편은 최근 야간대학 시간강사 자리를 얻었지만 30여만원 정도인 한 달 생활비를 대기도 힘들다.
책 제목 「300원」은 둘째가 군것질을 참으며 자기보다 어려운 친구에게 과자를 사주려고 한달내내 300원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데서 나온 것. 윤씨는 『두 아들이 깍두기 된장찌개만 나오는 식탁에도 적응을 잘 해 힘이 된다』고 말한다. 전세를 빼 곧 서울 변두리로 이사할 예정인 윤씨는 『부끄러운 궁상담을 공개한 것은 실직자 가정에서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라고 덧붙인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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