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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한 백신시험/이희정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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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한 백신시험/이희정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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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의 폭로로 불거진 「영아원 불법 백신임상시험」파동은 당국의 해명과 재발방지 약속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신약 임상시험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영아원은 0∼3세의 아동을 보호하는 시설이다. 흔히 고아원으로 불리지만, 실제 고아보다는 부모가 생존해있는 경우가 더 많다. 여기서 입양도 되지 않고 부모도 찾지 못한 아이들은 3세가 지나면 육아시설로 보내진다.영아원은 이처럼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인식된 탓에 후견인 지정을 법에 따라 엄격히 시행하는 일이 드문 실정이다. 이번 백신임상시험의 불법 시비는 바로 이런 「공백」때문에 비롯됐다. 행정적 편의, 혹은 관행의 이름으로 고아나 기아(棄兒)들의 「법적인 인격」이 무시돼 온 것이다.

사실 이번 파동은 법적 측면도 문제지만, 말 못하는 아동들을 임상시험에 동원했다는 점에서 도덕성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 문제의 중국산 뇌염백신 수입사인 보란제약측은 『선진국에서도 보호시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보편화해 있다』고 반박했다. 자원자가 줄을 잇는다는 발기부전치료제 「바이애그라」나 암 치료제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임상시험 자원자를 구하기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쉬운 대상으로 영아원 아동들을 택한 것이 의료윤리상 떳떳한 행위가 될 수는 결코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대처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식약청은 당초 『법적인 하자는 없고 단지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한가한 태도를 취하다 뒤늦게야 불법성을 인정했다. 식약청은 이 과정에서 복지부 보육아동과에 문의조차 하지 않았다. 복지부도 『식약청 소관』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이날 귀국한 김모임(金慕妊) 복지부 장관이 밤늦게 김의원의 항의방문을 받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무성의하고 서로 손발도 안맞는 기관들이 4,000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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