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퇴원 사망케 의사 ‘살인죄’ 첫 적용

◎2명 집유3년 선고… 퇴원요구 부인도 유죄치료중단시 사망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가족의 요구로 퇴원시켜 숨지게 한 의료진에게 살인죄를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관련기사 21면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권진웅·權鎭雄부장판사)는 15일 부인의 요구로 김모(58)씨를 퇴원시켜 사망케한 서울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양희진(34), 레지던트 김명수(29)피고인에게 살인죄를 적용,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씩을 선고했다. 또 치료비가 없다며 남편 김씨를 퇴원시킨 이모(48)피고인에 대해서도 살인죄를 적용,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양피고인의 지시로 인공호흡기를 떼 김씨를 숨지게 한 인턴 강문철(26)피고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인 피고인들이 환자가족에게 「퇴원시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며 퇴원을 수차례 만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치료를 중지하면 곧바로 숨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회복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퇴원시킨 것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치료를 계속해야할 의사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양피고인 등은 지난해 12월 초 뇌수술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진 김씨의 부인 이씨가 퇴원을 요구하자 김씨를 집으로 옮겨 인공호흡기를 제거, 곧바로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3∼5년이 구형됐었다.<이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