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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界改編이란(金聖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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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界改編이란(金聖佑 에세이)

입력
1998.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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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론이 활성화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지난 10일 TV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정국안정을 바라는 것이 국민여론이므로 이 여론을 받들어서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는 뜻을 천명했다. 국난 극복에 여야가 따로없이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마당에 거대야당이 소수여당 정부의 발목을 붙잡고 개혁을 방해하는 것은 정계개편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어느 시대나 정국의 안정을 원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더구나 나라가 이렇게 위급한 시기에 거야의 거파에 소여가 떠밀린다면 국민들로서는 불안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정국안정 여망이 반드시 인위적 정계개편일 것인가.

거야를 만들어 준 것도 국민이요 소여를 만들어 준 것도 국민이다. 선거는 결과가 말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국민의 뜻이다. 소수여당의 불안정성은 이미 대통령선거 때부터 예견되었었다. 국민회의­자민련 연대가 승리하더라도 국회의석수가 과반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면서도 김대중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은 국민들이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거여가 되기를 전제로 해서 였을까. 대통령선거의 결과는 총선거의 결과를 무위로 만들 우선권이라도 있는 것일까.

정계개편이라는 용어가 아직도 아무렇게나 통용되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는 걸핏하면 정계개편에 춤추어온 역사다. 정계개편은 누가 하는 것인가. 정계개편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선거를 통해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위적」이란 관사(冠詞)가 차용되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인되어 왔고 실제로 오용되어 왔다. 이것이 구시대 정치의 유물이다.

인위적 정계개편으로라도 한사코 정국안정을 시키고 싶어하는 소수여당의 충동만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마음대로 사퇴할 자유는 얼마든지 있어도 소속정당을 유권자에게 물어보지 않고 바꿀 자유는 없다. 더러는 「선거구민들의 의사에 따라서」라는 둔사(遁辭)를 앞세우는 변신자들이 있지만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물어보았다는 말인가. 그 묻는 방법은 선거밖에 없다.

지금까지 인위적 정계개편은 대개 집권 여당측이 야당이나 무소속의원에 대해 각종 불이익을 코앞에 디미는 위하(威)의 산물이었다. 그런 공포정치의 시대를 청산하기 위해 김대중대통령은 싸워왔고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면 지금 무슨 힘으로 인위적 정계개편이 가능할 것인가.

야당의원이 여당으로 하루아침에 변신하는 까닭은 일신상의 보신을 위해서 일 때도 있지만 재선의 가망성을 저울질해서 일 때가 많다. 이제는 이 변신이 재선에 가장 큰 약점일 때가 되었다. 유권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신조를 스스로 번롱하는 배덕자를 가차없이 낙선시켜야 한다. 재선을 위해서도 인위적 정계개편은 아무 이득이 안된다.

소수여당으로서는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권이 없는 이상 다음 총선거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기가 난감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에 따라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바꾸어야 할 때도 있을 수 있다. 이들이 야당의원일 때 여당은 강압이 아니라면 회심을 권유하는 것은 이상할 것 없다. 다만 이때 그 국회의원은 사퇴를 하고 새 소속정당으로 바꿔 재출마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런 길이 열려있는 것이다.

현 여당은 건국후 50년만에 최초로 이룩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운다. 이 정권교체의 의미는 무엇인가.

정권교체 이전에는 여당은 만년 여당이요 야당은 만년 야당이나 다름 없었다. 야당이 여당되기는 거의 무망했다. 그러니 야당이나 무소속의원은 여당의 미끼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여당의 프리미엄은 선거구민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핑계로 전신(轉身)을 해도 큰 허물이 아닐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정권교체의 전례가 생겼다. 가만히 있어도 때가 오면 누구나 여당이 될 기회는 있다. 굳이 정당을 옮겨다니면서 정치적 신의나 구기고 있을 까닭이 없다. 이것이 오랜만에 성취한 정권교체의 큰 의미다.

물론 반드시 여당 소속이라야 훌륭한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정권교체 이전까지 수십년동안 숭앙할만한 야당투사들의 이름을 가진 것을 우리 민주주의사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여당이 비대해야 반드시 나라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인위적 정계개편 없이도 정국이 안정된 거대야당의 건전한 야당상을 보고싶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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