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과격 자제”/폭도 “약탈 방화”/군부 “사태 관망”/경찰 “강경 진압”『14일 하오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대학 정문 앞. 수천명의 폭도들이 대학구내에 있던 학생들에게 동참할 것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격분, 주변에 있는 자동차 판매점을 방화하고 약탈에 들어갔다. 그 순간 총성이 울렸다. 두명이 쓰러졌다. 성난 군중의 물결이 노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때마침 군부대가 도착, 가까스로 성난 군중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진압경찰이 나타나자 군중들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군은 경찰들에게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 때 총성이 또 다시 공기를 갈랐다. 인근 경찰초소에 몸을 숨긴 경찰 저격병의 총구가 군중을 겨냥하고 있었다』
AFP통신이 자카르타가 무법천지로 변한 14일 시위군중과 진압병력간의 긴박한 대치 순간을 타전한 묘사이다. 이 장면은 「적과 동지」가 구별되지 않는 혼미한 상황에서 시위와 진압 주역 그룹들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준다. 시위와 진압의 주체는 4개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자카르타 사태를 촉발한 대학생 그룹. 민주화 개혁과 수하르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해온 대학생들은 혼란을 틈타 「방화와 약탈」을 일삼는 군중들을 「폭도」로 여겨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학생 지도부는 약탈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선량한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무정부 상태」와 같은 극도의 혼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폭도로 변한 성난 군중들은 대부분 하층민들이다. 고등학생들에서부터 노년층까지 광범위하게 구성된 폭도는 갖가지 악소문을 퍼뜨려 혼란을 부추기는 부류다.
진압의 주체인 군과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도 다르다. 진압 군인들은 대체로 시민들로부터 배척을 당하지 않고 있다. 군인들은 경찰에게 발포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성난 시민들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민들이 장갑차에 올라타 손을 흔들고 물을 건네주는 장면은 대결상대가 아니라 심정적인 유대감이 있음을 엿보게 한다. 군이 인도네시아의 엘리트 그룹이며 일정한 존경을 받고 있음을 말해 주는 부분이다. 시위군중은 그러나 경찰이 나타나면 야유를 퍼붓고 더욱 폭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40만 정예 병력을 거느린 군부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질서 수호」와 「국민의 군대」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는 듯하다. 또 군부의 분열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