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6일)은 우리에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를 시험하는 하루가 될 것이다. 정부가 파업과 폭력시위를 불허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등 노동단체들은 오늘 서울과 전국 16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며, 일부 학생단체들도 이에 가담하겠다고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김종필 총리서리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시위자제를 당부했고, 민노총 지도부가 폭력시위를 피하기 위해 한총련 학생들의 집회참가를 막을 방침이라고 밝히긴 했으나, 근로자의 날 벌어진 폭력시위가 보름만에 재연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근로자들의 합법적 집회나 평화적 시위는 의사표현 방법으로서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평화적 시위라 하더라도 이를 자주 행사해선 안된다. 물리적 힘에 의존하려는 것 자체가 노동단체 지도부의 지도력 부족을 나타내는 것이며, 시위가 거듭되면 그 효과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1일의 폭력시위 이후 대외신인도가 하락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감소와 주가폭락, 환율상승 등 제2의 외환위기 불안이 급격히 증폭되고 있다. 지금 민주노총에는 대규모 집회를 갖는 것 보다 정부가 제안한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서 대화로 근로자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기 노사정의 의제에는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한 공동대처위 구성, 시간근로자 및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 확대 등 노동계가 주장해온 사안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2기 노사정 참여를 계속 거부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방문 전날인 6월5일에도 전국총파업을 예정하고 있어 국민이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우리에겐 경제회복을 위한 얼마간의 조정기간이 필요하다.
노동계와 마찬가지로 정부도 시위와 관련해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폭력시위에 단호히 대처해야 하지만, 최루탄을 쏘기 전에 평화적 시위가 과격해지거나 폭력화하는 것을 사전 예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과거 경찰의 과잉 진압이 시위대를 과격으로 몰고갔던 악순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IMF체제의 고통이 시작된 지 반년이 흘렀고 노사정 대타협이 나온 지도 3개월이 지났으나,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은 미흡하고, 200만명 가깝게 실업자가 나온 노동계는 자신들만 고통을 겪고 있다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구조조정을 서두르면서 노동단체를 설득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외국자본의 국내투자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최루탄이 터지고 폭력이 난무하는 노동자들의 시위를 보면서 어느 누가 한국에 투자하겠는가. 노동계는 오늘 평화적인 시위로 IMF체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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