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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이병일 수석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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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이병일 수석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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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있는 스웨덴의 명차 「볼보」(Volvo)는 라틴어로 「굴러간다」는 뜻이다. 자동차 이름으로는 그만이다. 볼보는 명성 그대로 잘 굴러가는 차로 유명하지만 그 이름 속에는 철강대국이었던 스웨덴의 옛 영화가 깃들여 있다. 스웨덴은 18세기부터 질좋은 특수강을 생산하는 철강선진국이었다. 이때문에 자연히 철과 관계된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떨쳤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베어링이다.■볼보사를 창립한 것은 라슨과 가브리엘슨이란 사람으로 바로 베어링을 만드는 SKF란 회사에 근무하던 월급쟁이였다. 봉급생활을 청산한 두사람은 여러기업의 도움으로 자동차회사를 설립했다. 볼보란 회사이름은 자신들이 근무했던 SKF사의 자회사가 사용하고 있던 것을 물려 받았다. 굴러가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베어링을 만든 사람들이 굴러가는 자동차회사를 창립했으니 성공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 모른다.

■바로 이 볼보사가 크레인 콘크리트펌프카 굴착기 로더등 4종을 생산하는 삼성중공업의 중장비부문을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로는 최대규모인 7억2,000만달러(1조570억원)에 사들여 한국으로 굴러 들어왔다. 공장부지 생산설비 종업원 영업권은 물론 기술 특허등 무형자산, 해외 현지판매법인 등을 전부 인수했으니 한국에서 굴러갈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 회사는 그것도 부족해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공장부지 12만평의 토지이용규제완화를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들어주기로 볼보측에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기업에는 그처럼 엄격했던 그린벨트란 성역이 외자유치란 이름앞에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 IMF시대를 맞아 재계에 살생부 소문이 나돌만큼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한국의 약점을 잘 아는 외국기업들의 요구가 어느 선까지 굴러갈지 럭비공처럼 예측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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