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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의 눈물/19개월 대장성 31일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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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의 눈물/19개월 대장성 31일 마침표

입력
1998.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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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시청률 45.5% ‘사극의 龍’/후궁 암투·모략의 궁중사 뛰어넘어 국가 경영전략 통찰 인기폭발/유동근·최명길 등 열연도 돋보여용은 하늘로 올랐다. 눈물처럼 비가 뿌린다. 96년 11월 24일 시작된 후 19개월 만인 17일 제작완료되는 KBS 역사드라마 「용의 눈물」 마지막회(31일 방영). 태종이 숨을 거두고 가뭄끝에 단비가 내리는 장면이다.

「용의 눈물」은 우리 사극의 단비였다. 최고시청률 45.5%. 주간순위 1위. 사극 초유의 기록이다. 시작 전 『15%만 해달라』는 홍두표전사장의 주문에 제작진이 『사장님도, 어떻게 사극이 10%를 넘습니까. 깜국장(연출을 맡은 김재형위원의 애칭)이니 12%만 해보겠습니다』고 응수한 것이 사극의 현실이다.

「용의 눈물」은 그 현실을 딛고 섰다. 드라마가 과거에 있지 않았던 덕분이다. 「용의 눈물」에는 5·16, 12·12쿠데타도 있고 지난해 열기 뜨거웠던 대선정국도 있었다. 왕권주의와 신권주의를 부르짖은 방원과 정도전의 대립은 국가를 건설하는 엘리트집단의 전략차이를 보여준다. 왕자의 난과 정적의 숙청으로 이어지는 태종 집권기는 권력을 향한 음모와 세싸움을 묘사한다. 조사의의 난을 함흥차사와 연결, 새롭게 해석한 대목은 피로 쟁취한 권력에 국민 동의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후궁의 암투와 주술적 모략으로 얼룩진 궁중사를 넘어 국가경영의 전략을 통찰한 것. 그래서 「용의 눈물」은 성공했다. 이런 점에서 「용의 눈물」이 남긴 가장 큰 소득은 역시 작가 이환경씨다. 인천 주안초등학교를 나와 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 「겨울바람」으로 등단하기까지 그의 재산은 초등학교시절 인정받은 작문실력과 풍부한 인생경험뿐이었다. 그는 업계 비화를 파헤친 「훠어이 훠어이」와 유지광 일대기를 그린 「무풍지대」등 사극과 현대물을 가리지 않고 남성적 드라마를 써왔다.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그는 「용의 눈물」을 쓰면서 암투병하는 부인을 지켜봐야 했다. 실화와 작가적 상상력을 탁월하게 조화시키는 그의 글쓰기는 지난해 후보경선부터 선거까지 대선정국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이전에도 남성적 사극은 없지 않았으나 「용의 눈물」은 운때도 잘 맞은 셈이다.

김재형 PD는 『박종화 원작소설 「세종대왕」이 나온 74년부터 드라마를 하고 싶었으나 군사정권에선 할 수 없어 20여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밤늦은 전화로 스태프 배우들을 괴롭히는 김재형 PD의 집념, 유동근 최명길 김무생 김흥기등 연기자들의 앙상블, 100명 스태프와 수백명 엑스트라의 헌신이 모두 공신이다.

이제 「용의 눈물」을 넘어설 사극은 무엇일까. MBC 이병훈 위원은 『그동안 궁중의 풍속과 일상사는 사료가 없고 재현에 돈과 시간과 품이 너무 많이 들어 기피해 왔는데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 들고 호령이나 하는 왕이 아니라, 밥먹고 목욕하고 놀기도 하는 왕. 다음엔 이런 사극도 나올법 하지 않은가라는 지적이다.<김희원 기자>

◎태안 야외촬영 현장/대마도 정벌장면 “이겼다,좋아해,더 좋아해”

8일 야산에 둘러싸인 충남 태안군 구례포는 딴 세상이다. 조선군과 왜병이 민족 자존심을 건 일대 접전을 벌인다. 300여 양국군대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예순둘의 노장 김재형 PD. 「용의 눈물」 마지막 전투장면 대마도정벌신이다.

『열심히들 싸워!』 『조선군이 몰려온다, 지금 달려오고 있다!』 『활 당겨­ 쏴!』 『이겼다, 좋아해, 더 좋아해­』 메가폰이 필요없는 큰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PD. 자꾸 화살을 중간에 떨어뜨리는 병사가 맘에 안든다. 『요즘 활 못쏘는 젊은이들도 있나?』 결국 『너 집에 가』라며 활 못쏘는 젊은이를 돌려보내고 12번째만에 촬영을 마친다.

대군(?)을 이끌고 촬영하는 일은 더디고 지루하지만 김PD는 「빨리찍기」의 명수다. 그는 「용의 눈물」을 찍으며 1회에 평균 2시간분의 테이프를 썼다.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보통 5시간분을 쓴다. 밤을 새워서라도 카메라 앵글 등 콘티를 미리 짜는 김PD는 사소한 장면 욕심이 없다. 콘티에 따라 오전 내내 뭍쪽방향을 먼저 찍은 뒤 물때를 맞춰 「뒤집는다」(반대방향을 찍는다는 말).

조선초 학암포 구례포 등 이 일대는 왜구의 침략이 잦았다. 태종7년 방비책으로 10여㎞ 떨어진 곳에 해미읍성을 짓기도 했다. 이 곳에 일본도주의 집과 왜식 초가와 움막 16채를 지어 대마도로 바꾸었다. 김PD는 『역사적 현장에서 촬영을 하게 돼 각별하다. 3차례에 걸쳐 드디어 항복을 받아낸 선대의 역사를 그려 한민족임을 자긍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마도정벌신은 24,30일에 방영되고 31일 마지막회는 태종의 죽음으로 끝난다.

세종 4년 심한 가뭄이 들자 태종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기우제를 지낸다. 죽음 앞에서 태종은 하늘에 이렇게 말한다. 『이 몸은 죄인이옵니다. 형제도 죽였사옵니다. 아바님의 가슴에도 평생의 한을 심었사옵니다. 반려자인 대비에게도 그리 하였습니다. 하오나… 미련한 이몸은 그길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사옵니다. 그러했사옵니다. 동지들도 처남들도 사돈도 다 죽였사옵니다. 악업인 줄 알면서도 그리 했사옵니다. 모든 죄는 이 몸에게 물으소서』<태안=김희원 기자>

◎“기승전결 갖춘 긴 호흡 놀라워”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극작가 신봉승(66)씨는 83년부터 8년 9개월동안 방영된 MBC 「조선왕조 500년」시리즈를 집필한 원로. 그는 「용의 눈물」을 『전례없는 대하사극』이라고 평하며 『기승전결을 갖춘 호흡이 놀랍다』고 감탄했다.

­「용의 눈물」의 매력은.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에서 세종즉위까지 32년이 걸렸다. 5·16쿠데타에서 문민정부가 들어서기까지 32년이 걸렸다. 쿠데타의 상처가 아무는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태종의 생애는 현대 쿠데타의 전형이다. 드라마작가에게 태종은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다. 작가는 허구와 사실을 적절히 안배, 역사적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기여했다』

­고증문제가 늘 논란거리였는데.

『「용의 눈물」엔 과감한 해석이 많았다. 따지자면 문제가 많다. 그러나 역사드라마는 결국 픽션이다. 그런 논란은 큰 가치가 없다. 역사드라마는 역사를 보여주지 않는다. 역사적 의미와 시대의식을 담을 뿐이다』

­태종에 대한 해석은.

『「태종 없이 세종 없다」는 해석에 이견이 없다. 태종은 성군을 탄생시킨 정지작업을 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지울 수 없는 악명을 남겼다. 다만 죽기 전 세종에 임금자리를 넘겨준 대목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이며 강조할 필요가 있다. 쿠데타 사상 2인자를 키워 과업을 완수한 적이 있는가. 이는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크다』

­아쉬운 점은.

『현대 말을 쓰는 게 큰 흠은 아니지만 강성 발음, 여성이 나서지 않을 자리에서의 강한 연기, 상대를 가리지 않고 큰소리를 내는 대목』

­후배작가에게 주고싶은 조언은.

『이환경은 선굵은 사극작가로 대성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극은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내가 28년간 사극만 쓸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이런 행운이 그에게도 함께 하길 빈다』<김희원 기자>

□「용의눈물」의 기록

방송기간 19개월159회 96.11.24∼98.5.31

총제작비 간접제작비 70억원 직접제작비 90억원

회당 1억원(160억원)

총촬영일수 스튜디오 녹화일 160일 야외촬영 250일 410일

총참가자 100명(야외 70+스튜디오 30) 스태프

300명(평균 50명) 탤런트

400명

출연자연인원 출연배우 7,950명 엑스트라 45,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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