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급격악화” 美 군사대표단 파견 취소【자카르타 외신=종합】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사임시사에도 불구하고 14일 자카르타에서는 반정부시위가 확산되고 약탈 방화 습격 등이 잇달아 무정부상태에 가까운 극도의 혼란상황이 벌어졌다. 3일간 계속된 자카르타시내 소요사태에서만 이날 총에 맞은 고등학생 2명을 포함,대학생 4명과 폭동에 희생된 16명 등 최소 21명으로 늘어났으며 전국적으로 사망자는 모두 25명이다.<관련기사 11면>관련기사>
카이로에서 이날 급거 귀국길에 오른 수하르토 대통령은 카이로 거주 인도네시아 교민들에게 『만약 2억의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한다면 사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인도네시아 신문들이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수하르토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은 사임할 의사가 없으며 이번 발언은 국내상황에 대한 분노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에서는 이날 시위가 격화하면서 시위대들이 경찰청과 은행 증권거래소 등 공공시설에 몰려와 약탈하거나 군경과 대치했으며 곳곳에서 화염이 솟았고 총성이 들렸다. 장갑차가 시내를 순찰하는 가운데 상점은 대부분 철시했고 화교 등 외국인들은 국외탈출을 위해 공항으로 몰려 들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위란토 군총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시위 진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자카르타에는 진압군 1만 5,000여명이 배치됐고 발포권은 현장의 상태에 달려있다』고 밝혀 강경집압 방침을 확실히 했다.
한편 미국은 태평양주둔 미군사령관 조지프 프루허제독이 이끄는 군사대표단을 파견할 게획이었으나 상황이 악화한 것을 고려, 대표단 파견을 취소했다. 스탠리 로스 미국무부 동아태 담당차관보는 이날 『인도네시아 상황은 극히 위험하다』며 유혈강경진압을 자제토록 촉구했다.
◎교민 외출자제 당부
자카르타 주재 한국대사관은 1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1만여 교민들에게 가능한한 시위현장에 가지말고 외출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는 행동지침을 만들어 배포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항공기와 선박편으로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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