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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여 법문’장중한 선율로 환생/음반‘팔만대장경’ 어제 봉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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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여 법문’장중한 선율로 환생/음반‘팔만대장경’ 어제 봉정식

입력
1998.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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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년전 호국 불경이 김수철의 집념을 통해 동서고금 음악이 어울린 4악장 42분의 대작으로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이 소리로 되살아났다. 동과 서, 과거와 현대의 만남이 눈부신 음악 「팔만대장경」이다.

신디사이저가 5음계 선율을 연주하고, 북과 장고는 헤비 메탈 드럼보다 더 강렬한 박자를 구사한다. 태평소 선율에 중국 전통악기 얼후 가락이 얽혀 든다. 다가오는 구름­전장(戰場)에서­구천(九天)으로 가는 길­천상(天上)의 문에서 등 모두 4악장에 42분.

「팔만대장경」은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종림·宗林스님·54)가 불경의 깊은 뜻을 대중들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작곡가 김수철에게 의뢰해 만든 음반. 종림소장은 『처음에는 순수 국악을 생각했다』며 『그러나 일반에 가까운 대장경이 될 수 있도록, 대중음악적으로 전통 소리의 탐구를 꾸준히 해 온 김수철씨와 손잡았다』고 돌이켰다.

당초 팔만대장경의 홍보용 음악 정도로 생각했으나 김씨는 96년 12월부터 녹취를 위해 해인사를 자주 드나들며 불교에 매료되었다. 특히 새벽 예불과 대장경의 웅자에 깊은 감화를 받았다고 말한다.

2악장은 김수철씨가 20년 틈틈이 해 온 클래식 공부의 결실. 무겁고 힘찬 관현악적 행진곡이 몽고의 침입을, 애절한 태평소 소리가 고려를, 혼돈스런 선율이 전쟁의 비극을 각각 상징한다. 여기서 해금의 소리를 닮은 악기 얼후는 김씨가 주법을 배워 직접 연주했다.

4악장은 김씨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는 부분. 신디사이저 피리 타악 등 동서양의 악기들이 한국적 선율을 주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김씨 나름대로의 해답이다.

이번 음반작업을 하며 불교에 빠진 김씨는 고려대장경연구소의 의뢰와는 별개로 「팔만대장경」 시리즈를 4편 더 만들 생각이다. 김씨는 『앞으로 레게, 록, 댄스 뮤직 등으로 변용, 청소년과 세계인을 위한 「팔만대장경」을 계속 선보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음반 해설지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송월주, 시인 고은, 크리스찬 아카데미 이사장 강원룡, 세계전자불전협의회 랭카스터 회장 등 관련 인사들이 축사와 서명이 헌정되어있어 만만치 않은 정신력의 세계를 기대하게 한다.

한편 이 음반은 불교계 최초의 음악 봉정식으로 이어졌다. 14일 오후 3시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지관스님 이어령씨 등 불교·문화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팔만대장경」의 봉정식이 열리기도 했다. 음반은 20일부터 발매된다(삼성뮤직).<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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