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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변해야 학교가 변합니다”/스승의 날 기념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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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변해야 학교가 변합니다”/스승의 날 기념 좌담회

입력
199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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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학부모에 감동줘야 좋은 선생님/입시위주 현 풍토에선 인성교육 힘들어”교원의 도덕성과 전문성에 대한 불신이 어느때보다 고조돼있어 전체 교직사회가 활력을 잃고 침체돼 있다. 교육부는 제17회 「스승의 날」에 즈음해 13일 학교와 교원이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고 개선책을 고민해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이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는 노종희(盧宗熙) 한양대교수, 신달자(愼達子·시인) 명지전문대 교수, 이학문(李學文) 부산고 교장, 허인수(許仁壽) 서울 창경초등교 교사, 문창재(文昌宰) 본사 논설위원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최희선(崔熙善) 인천교대 총장이 맡았다.편집자주

□주제: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

▲최희선(사회)=시설을 잘 갖춘 학교를 좋은 학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학교란 「해야할 일을 다하는 학교」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좋은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과 역할이 필요할까요.

▲노종희=최고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사들이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근무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좋은 학교입니다. 좋은 교사는 투철한 의식과 전문성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존경받는 교사입니다.

▲이학문=좋은 학교의 첫째 요건은 좋은 교사입니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 사랑과 존경을 주고 받는 교호작용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허인수=학생을 잘 이해하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학교가 아니겠습니까. 이를 위해 학교에 대한 인적, 물적지원이 원활해야 하고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추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창재=교육수요자의 입장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감동을 주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라고 봅니다. 적성과 취미를 일깨워주고 공부가 재미있도록 유도해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시설이 아무리 열악해도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신달자=학교는 재단과 교사, 학생이 인간적 믿음을 갖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만 좋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스승은 일반 직장인과는 다릅니다. 더 인간적이어야 하는 등 여러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최=우리 사회에서는 교사들에게 전문적 능력과 식견뿐 아니라 높은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원과 학교문화를 진단해 보지요.

▲이=제가 처음 교사가 됐을때는 입시 답안지를 집에서 채점해 가져와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교육이 대중화하고 교사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질이 떨어지고 사회적 불신도 커졌습니다.

▲문=항간에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인간을 만드는 선생이 없다는 거지요. 학생들은 하루종일 공부하라는 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인성교육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신=「나물은 주인의 발걸음에 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마음을 쓰는 만큼 잘 자란다는 뜻으로 교육에 가장 합당한 말입니다. 과연 우리 교사들이 많은 학생들 하나 하나를 발걸음으로 키워내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입니다.

▲최=대다수 교사가 묵묵히 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교직사회 전체가 불신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은 우리 모두 자성해야 합니다. 학교문화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인성교육에 대해 얘기해보지요.

▲허=열악한 환경과 여유없는 생활 속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열린 교육을 하는 초등학교는 그나마 낫지만 입시부담에 시달리는 중·고교에서는 인성교육이 설 여지가 없습니다. 학생들의 입시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노=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이 폭넓은 교양과 정서를 함양하고 특기를 신장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유도해 활성화하고 학교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필요도 있겠죠.

▲신=인성교육은 초등학교때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이 소임과 사명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정부의 특별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가정교육도 학교만큼 중요합니다.

▲최=교원들이 신뢰를 되찾고 학교문화를 능동적으로 주도해 나가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노=교원의 가치관 태도 행동은 학생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실추된 교직사회의 신뢰와 위신 회복을 위해서는 우선 교직사회 내부에서 뼈를 깎는 자정노력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문=학부모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촌지는 학부모들이 「내 아이를 특별히 예뻐 해달라」며 주는 것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촌지는 학생들까지도 금전만능주의에 물들어 망치게 한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알아야 합니다.

▲신=학부모들의 자기 희생이 생활화해야 합니다. 올바른 자녀교육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학교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요구됩니다.

▲허=학교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사도 중요하지만 학교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교장의 역할도 막중합니다. 학교장은 교사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의 촉진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노=교육개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교장이 먼저 변해야 하고, 교육개혁의 선두에 나서야 합니다. 현행 연공서열 위주의 임용체제를 개선, 새로운 양성제도와 다면적 종합평가방식 도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이=「학교는 그 학교장만큼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장은 교육철학과 경영에 관한 전문지식에다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교장은 조직관리에 필요한 권한이 있어야 하고 그 권위가 존중돼야 합니다.<정리=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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