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갑자기 새치가 늘어요”/스트레스가 흰머리의 주범(궁금합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갑자기 새치가 늘어요”/스트레스가 흰머리의 주범(궁금합니다)

입력
1998.05.13 00:00
0 0

◎신경쓰면 毛根으로 가는 혈관 수축/멜라닌색소 부족으로 백발 변화/뽑아도 1∼3개월후 그곳에 다시 생겨/동양인 경우 35세전 백발은 신경성/모근마사지·머리결 부드럽게 관리 해조류·칼슘·로열젤리 섭취로 예방「갑자기 흰머리가 늘었어요」

요즘 흰머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스트레스 때문에 백발(白髮) 젊은이들까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요즘 종합병원 피부과마다 『갑자기 새치가 늘어났다』며 치료법을 상담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약국에도 염색약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회사원 K모(35·서울 성북구 종암동)씨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흰머리다. 원래 새치가 조금 있었지만 올들어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 이제는 만나는 사람마다 백수(白首)라고 한마디씩 할 정도다. 2월초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으로 직장생활 7년중 가장 마음고생이 컸던 것 외에는 신상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직장을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서 흰머리 때문에 고민할 여유가 없었는데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자 고민꺼리가 되기 시작했다.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데다 요즘처럼 험악한 세상에 남들과 유별나게 달라 보여 좋을 게 없다』는 것이 K씨의 생각이다.

2월초 10년간 다니던 직장을 떠나야 했던 P모(36·서울 은평구 대조동)씨. 실직이후 한동안 직장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P씨는 지난달부터 집에만 틀어박혀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일자리는 없고 교통비만 날렸기 때문이다. P씨의 마음을 더욱 울적하게 만드는 것은 실직의 고통이나 가족의 외면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흰머리. P씨는 「혹시라도 재취업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가 단두대에 서기 전날밤 너무 절망한 끝에 단 하루만에 백발이 되었다는 얘기도 전해오지만 과연 스트레스가 흰머리의 원인일까.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장 계영철(桂永澈) 교수는 『스트레스야말로 흰머리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머리카락은 생장기(막 자라는 단계)­이행기­퇴행기(빠지기 시작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행기를 거치지 않고 생장기에서 곧바로 퇴행기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피부에는 「멜라노사이드」라는 세포가 퍼져있다. 이 세포가 멜라닌이라는 색소를 만들어내는데 머리카락에 색소가 스며드는 것이 불완전하면 금발(金髮), 약간 적으면 은발(銀髮), 아예 없으면 백발(白髮)이 된다. 또 인체내 부교감신경 말단부에는 카테콜라민이라는 일종의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는데 신경을 많이 쓰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이 호르몬이 모근(毛根)에 영양을 전달하는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때 효소가 결핍되면서 멜라닌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흰머리가 생기게 된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생쥐는 백모(白毛)가 늘어난다는 실험결과가 일본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흰머리는 보통 옆머리에서 시작해 위와 뒤쪽으로 진행된다. 머리 옆부분의 혈액순환이 가장 부진하고 뒤쪽이 왕성하기 때문이다. 백인의 경우 머리카락의 노화는 34세부터, 흑인은 44세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인과 흑인의 중간 정도인 37∼40세로 추정되므로 35세 이전에 흰머리가 보이면 일단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스트레스설(說)」에 따르면 마리 앙트와네트의 백발도 설명이 가능하다. 계교수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충격을 받으면 이론적으로는 단 하루 만에도 모발의 퇴행기가 올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검은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지고 흰머리만 남으면 백발처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IMF체제이후 실직, 감원, 감봉 등 각종 정신적 부담으로 흰머리가 늘어난다는 사람들의 호소는 그런대로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흰머리를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불치병으로 불렸던 암 치료제 개발을 앞두고 있는 현대의학계도 백발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백발은 아직 치료제가 없다. 또 새치는 아무리 뽑아도 소용이 없다. 1∼3개월만 지나면 그 자리에 흰머리가 다시 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한번 백발이 되면 여간해서는 검은머리가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염색약으로 흰머리를 숨기는 것 외에 방법이 달리 없다.

다만 의사들은 머리의 모근부분을 자주 만져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머리 감을 때 린스로 충분히 헹궈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면 머리가 희어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또 스트레스는 바로 해소하고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의사들은 충고한다. 특히 해조류나 칼슘성분이 많은 음식이나 로열젤리를 섭취할 것을 권한다.<박천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