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하순 교수 제자24명이 집필『포스트모더니즘은 기껏 한두세대 정도 흘러가는 경향입니다. 모든 지적 운동은 일단 하나의 이론으로 체계화해 확립되고 나면 도그마(교조주의)와 독단으로 흘러 횡포를 부리게 되지요. 체계화가 이성을 통한 합리화과정이라면 도그마를 깨는 지적 운동은 감정과 의지와 욕구를 중시합니다. 지금 포스트모더니즘은 과학주의에 의한 합리주의의 팽배에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체계화가 아니라 도그마를 깨는 사상이지요. 포스트모더니즘과 마찬가지로 모든 지적 흐름은 이런 맥락에서 역사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서강대 사학과 김영한(55)교수는 「서양의 지적 운동Ⅱ」를 엮어내는 과정에서 이처럼 「이즘(주의)의 역사성」을 강조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94년 9월 서강대 사학과 차하순교수 정년퇴임 기념논총으로 20개 이즘을 분석한 「서양의 지적 운동」의 속편. 자유주의 개인주의 보수주의 나치즘 민주사회주의 모더니즘 구조주의 전체주의 니힐리즘 생태주의등 르네상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1권에서 다루지 못한 24개 이즘을 764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정리했다.
학계는 『이 두 권으로 서양 지성(사상)사가 우리 시각에서 체계적·역사적으로 정리됐다』며 『죽어가는 인문학에 새로운 전진의 깃발을 치켜든 것』이라고 반가워하고 있다. 이 책 발간을 계기로 동양학과 국학계 일각에서는 「동양(또는 한국)의 지적 운동」도 편찬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양의…Ⅱ」에는 차하순교수가 최초로 서양사상사 연구를 본격 도입한 이후 길러낸 제자들을 중심으로 학계의 역량이 총결집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정인 서강대 정외과, 이태숙 경희대 사학과, 조지형 이화여대 사학과, 한정숙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준건 부산대 철학과, 길인성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등 집필진 24명의 면면이 잘 말해준다. 대부분 30∼40대 젊은 학자로 전공 이즘을 하나씩 나눠 썼기 때문에 최신 흐름까지를 망라한 것이 강점이다. 특히 이즘을 하나의 정신적 운동으로 보고 그 운동의 탄생과 변천과정을 역사·사회적 맥락에서 종합 고찰하는 방법론적 통일성을 유지한 점이 미덕이다.
김교수는 『서양의 지적 흐름을 한 데 모아 정리한 책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서양 이즘 사전으로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사. 2만5,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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