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후 4년,깊은 울림의 노래「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37)씨가 4년만에 두번째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창작과비평사 발행)를 냈다. 50만여권이 나간 시집 하나로 한국의 80년대와 90년대를 뜨겁게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던 최씨. 스스로 그 뜨거움에 몸이 데어버린 그는 이후 한 3년여 시를 쓰지 못했다. 쓰고도 내놓지 못했다. 독자들은 그의 신선하고도 도발적인 언어에 찬사와 매도를 함께 보냈지만 최씨 자신은 무엇보다 『나를 시인이 아니라 여자로만 보는 것같아』 사람들 앞에 나서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두번째 시집은 나이를 더 먹고 공인(公人)으로서의 삶의 신산함도 겪은 최씨가 조금은 깊이 자기 내면의 울림에 귀기울여본 시들의 모음으로 읽힌다. 「그해 시월 나는 강둑에 앉아 자투리로 남은 청춘을 방생(放生)했다. 쥐었다 풀었다 두 주먹만 허허롭게 살아 놓아준 삼십오세」. 한 시대의 「혁명」과 「사랑」을 열병처럼 앓았던 최씨가 그 자투리청춘마저 털어버리고 노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남았을까 싶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더러운 도시」를, 「우리를 비웃는 세상」을, 「불륜」과 「실연」을 조소한다. 표제작처럼 아름다운 시도 있지만,「현대자동차에 레닌의 얼굴이 겹칠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나/노란 시월이, 놀라운 시월이 밀려온다/나를 사다오, 세기말의 자본주의여」라며 탄식하다가도 「실연으로 난 삼류가 되었다」며 자신의 상처를 덧내고 헤집어 보여주는 시어들은 여전히 강렬하다.
최씨는 『뭣도 모르고 시를 「저질렀던」 첫 시집을 낸 뒤 어느새 시를 「모시고」있는 나를 발견하고 섬뜩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시상(詩想)에서 해방되기 위해 시를 쓴다』고 토로했다. 그는 「언젠가 번개에 불을 켜야 할 이는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아야 한다」는 니체의 시구를 인용하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앞으로 「업(業)으로서의 글쓰기」를 통해 풀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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