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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실종위기/촌지비난·교육청감시에 선생님 ‘가시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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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실종위기/촌지비난·교육청감시에 선생님 ‘가시방석’

입력
1998.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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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방문사절… 하루휴교 검토까지「스승의 날」이 실종위기에 놓였다.

교육부가 촌지관행의 척결을 강도높게 선언하고 나서면서 초·중·고교마다 오는 15일 스승의 날이 걱정스럽다. 학생들이 카네이션을 선생님 가슴에 직접 달아드리고 고마움을 전하는 것조차 자칫 촌지로 비화, 말썽을 빚을까 두려운 것이다. 이러다가 스승의 날 참뜻마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대부분 학교들은 스승의 날에 간단한 기념식만 갖기로 하고 학생들에게 카네이션이나 선물을 일절 가져오지 말도록 지시했다. 또 가정에도 통신문을 보내 학부모들에게 『절대로 학교로 찾아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학부모들을 명예교사로 초청하는 행사를 가졌던 서대문구 경기초등교와 서초구의 방배중은 「학부모의 학교 방문을 사절하며 선물과 꽃도 일절 준비하지 말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이들 학교는 학교측이 대신 카네이션을 구입해 학생들에게 나눠줘 선생님께 달아드리도록 했다.

이마저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차라리 스승의 날 하루 휴업을 하자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각 교육청에는 실제로 많은 교장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받을 바에야 차라리 쉬면 되는거 아니냐』며 「허락」을 구하는 전화들이 걸려오고 있다.

은평구 예일초등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면 선물을 들고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이날을 자율학습의 날로 정하자고 건의했으나 교육청으로부터 「불가」통보를 받고 방송을 통한 기념식을 한뒤 전교 그림대회를 갖기로 했다. 휴업을 적극 검토했던 서울 서초구 상문고는 체육대회를 가진후 학교 구내식당에서 교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점심회식을 갖고 기념수건을 만들어 돌리기로 했다.

더구나 일부학교에서는 「몰래카메라에 촌지받는 모습이 잡히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모학교에서는 촌지신고인 188제보가 들어와 교사들의 서랍을 다 뒤진 적이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까지 나돌아 선생님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한 초등학교 교장은 『옛날에는 쌀이라도 한되박 갖다 드리며 선생님께 고마움을 표시하곤 했었다』며 『요즘 분위기에서는 스승의 날이 차라리 괴롭다』고 말했다. 참교육 학부모회 오성숙(吳星淑)회장은 『스승의 날이 진정 아름다운 풍경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이같은 과도기를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유병률·손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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